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 QA보완 때문에 토요일 출근

manwon 2015. 3. 10. 17:10
반응형


[알림]

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토요일 아침 출근길. 여전히 아침마다 졸리고 피곤하다. 언제쯤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게 될까? 


원래 쉬는 토요일이지만, 오늘 오전 10시에만 통화가 가능한 고객과 QA 보완녹취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로 미루고 싶었지만, 마감일이 지나도록 녹취가 안되면 힘들게 얻은 계약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QA건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4일 이내에 수정 녹취가 돼야 한다. 이 기간에 고객과 갑작스럽게 연락이 안되거나 하면 참으로 어이없이 계약이 날아가기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자발적으로 출근한 상담원들도 대략 7~8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예약된 콜만 하고 바로 퇴근할 생각이다. 2~3분 정도 소요되는 녹취를 마치고 빨리 사무실을 나가고만 싶다. 그런데 10시에 전화를 거니 고객의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다.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청약 후 변심하여 계약을 철회하려는 고객이 계약 후에 필요한 상담원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상담원과 통화하면 자신을 재설득할 것이 뻔하기에 통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있고 왠지 열심히 설명해 준 상담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여하튼 토요일 출근 투정을 부릴 때보다 곱절은 강한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녹취를 못 하면 결국 계약이 반송될 텐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날릴 계약 깨끗이 포기하고 집에 빨리 돌아갈까? 아니면 좀 더 기다린 후 재통화를 시도해 볼까? 잠시 망설이던 끝에 오늘 배정받은 신규 DB로 콜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고 11시에 다시 전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전화질이냐"며 짜증을 부리는 고객도 두어 명 있었다.


11시 정각에 다시 QA보완 녹취 고객에게 전화했다. 이번에도 안 받으면 바로 퇴근해야지 생각했는데 웬걸~ 그 고객이 전화를 받는다. 알고 보니 일부러 안 받은 것이 아니고 마침 그때 배터리가 나갔다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보완녹취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바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날씨가 좋고 해서 사무실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에 그 뒷산에 조성된 둘레길을 좀 걷다가 발견한 현수막. 멧돼지는 11월~12월이 교미기간... 딱 지금이네.



도서관에서 영업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잠시 훑어보았다.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과 꽤 공감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할게요"라는 반론으로 많은 고객이 초짜 상담원을 떨구는 것에 성공한다. "생각 좀 하고 결정할게요" 혹은 "집에 가서 남편과 상의하고 내일 바로 계약할께요"라고 말을 하는 경우 실제 계약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 방법이 꽤 고단수인 게, 상담원 입장에서 내일 계약하겠다는 고객을 붙잡고 지금 당장 계약하세요라고 보채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상 그리고 확률적으로 그런 고객일수록 지금 당장 청약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조심해... 이 사람은 내게 뭔가를 팔려는 세일즈맨이야..." 

고객과 첫 통화를 할 때 대부분 고객들은 상담원을 의심하고 경계하기 마련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좀 보다가 저녁에는 사무실 직원 몇 명과 간단하게 맥주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