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철회 2건, 무계약 - 아침 조회에 대해서

manwon 2015. 1. 1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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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철회2건, 무계약 - 아침 조회에 대해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중...


몸살 기운에 목도 아프다. 버스 파업으로 전철역까지 조금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혹시나 해서 버스 정류소에 들르니 몇 분 후에 도착한다는 메시지들이 전광판에 뜬다. 파업이 잘 해결되었나 보다.


버스를 타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곤 했는데, 이제 소리 나는 것은 모두 시끄럽다. 옆에 앉은 고등학생의 스마트폰 잡은 쪽 팔꿈치가 내 옆구리를 가끔 툭툭 친다. 팔꿈치가 내 자리를 침범한 것인지 내 옆구리가 옆으로 넘어간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공원을 좀 걸을까 하다가 관뒀다. 예전엔 춥더라도 몸을 움직여 체온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로 만사가 귀찮다. 


8시 35분경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보통 8시 30분까지 출근이다. 출석부의 자기 이름 옆에 사인을 하고 9시까지 컴퓨터 로그인을 하는 등 업무 준비를 한다. 9시부터 10시까지 아침 조회를 하고 10시부터 오전 일과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왜 이렇게 늦게 오전 일과를 시작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조금 지나 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10시 이전에 전화해 봐야 통화연결 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출근길이거나 늦잠 중인 사람들이 전화를 받기 때문이다. 


1시간의 아침 조회도 너무 긴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텔레마케팅 조직에서 꽤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가끔 새로운 내용에 대한 교육도 진행을 하지만 조회의 주목적은 상담원들의 사기를 고양하는 것이다. 


일단 조회 시간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어제 실적에 대한 발표다. "이영희 상담원님 어제 23만 6천 원 달성하셨습니다 !!!", "김철수 상담원님 어제 11만 2천 원 달성하셨습니다 !!!" ...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많이 한 순서대로 실장 혹은 지점장이 빠짐없이 호명하고 그때마다 전 상담원이 손뼉을 치면서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프로모션에 따라서 적게는 오천 원, 많게는 몇만 원씩 봉투에 담긴 축하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어제 계약을 잘한 상담원들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장이나 지점장은 중간중간 해당 상담원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는데, '콜을 잘한다'는 식의 인정은 온종일 싫은 소리를 참아가며 업무를 하는 상담원들에게는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지게 된다. TM영업을 하며 피 흘리듯 바닥에 흘린 자존감이 순간적이나마 일시에 충전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실적을 꾸준히 잘 올리는 상담원은 당연히 아침 조회 시간이 즐겁겠지만, 실적이 저조한 상담원들은 은근히 괴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보름이고 한 달이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으면 자신도 위축되기 쉽상이고 때에 따라서 실장들이나 지점장으로부터 은근한 갈굼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그 상담원의 평소 근무태도가 좋으면 엔간해서는 나쁜 실적이 나오더라도 갈구는 일은 거의 없다. 


근무태도는 보통 근태라는 단어로 많이 쓰인다. 지각, 결근, 자리이석은 적을수록 콜타임은 길게 나올수록 근태가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근태가 좋으면 실적이 저조해도 사무실에서 갈구지 않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근태 좋은 상담원은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 굉장히 좋은 실적을 내는 상담원이기 되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무실 전체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또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 마저 이어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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