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 갈굼의 효과

manwon 2015. 2. 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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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 갈굼의 효과

 

어제 꽤 늦은 시각에 실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일 평소보다 20분 일찍 출근하라는 메시지다. 오늘 8시 40분부터 시작된 조회에서 일 인당 10만 원 계약 달성 못 하면 퇴근도 없고 또한 내일 토요일 저녁 6시까지 열외 없이 초과근무를 시키겠다 한다. 어느 정도 엄포용이라고 계산해도 오늘내일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서 콜을 시작하려다...



휴게실에 들러서 과자 2개를 챙겼다. 

"점심때까지 계약 없으신 분 식사하러 못 갑니다 !"라는 지시가 내려올 수도 있기에 그에 대비한 비상식량이다. 


오전 콜을 돌리면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오후 늦지 않게 퇴근하면서 꾸준하게 월 2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이 현재 목표다. 저녁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여력을 만들어야 하고 생활비 외에 이것저것 자금도 필요하다. 


중간에 실적 현황을 보니 오전 조회의 갈굼 때문이었는지 전체 실적이 꽤 괜찮다. 누군가가 "이렇게 갈굴 때 하필 실적이 좋으면 안 되는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후 2시 다시 긴급조회로 교육실로 모였다. 최단시간 내에 100만 원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는 말을 하며 지점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콜타임만 채우면 이제 퇴근해도 좋고 내일 토요일 근무도 없단다. 영업조직의 수장으로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로서 짜증이 나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이 충실하게 업무에 임해도 어제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시달려야 했고 오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 분명한 근거로 그에 따라 주어지는 상과 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이건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한편으로 조금 신기하기도 했던 것은 어제오늘 조금 심하게 갈궜다고 오늘 실적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면, 퇴근 못 하게 한다는 엄포에 상담원들이 자기계약을 넣거나 지인계약을 넣은 것이 많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 조만간 계약이 나올 것 같은 가망 고객들에게 평소 계획했던 일정보다 당겨서 오늘 계약시도를 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평소 건성건성 일했던 상담원들이 험악해진 분위기상 열심히 하는 척 시늉이라도 낸 것이 덜컥 계약으로 연결됐을 수도 있고. 


지점 측에서도 자기계약이나 지인계약이 이런 상황에서 들어갔다면 제대로 유지가 안되고 금세 빠진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어차피 빠질 계약실적이라도 지금 현재 모니터 상에 찍히는 높은 숫자에 일단은 만족한다는 것이다. 추측하건대 상담원이 괴로운 만큼 지점장, 실장도 다른 지점장, 실장들과 비교당하고 평가당하는 위치라 그들도 꽤 힘들 때가 많을 것이다. 


콜타임을 모두 채웠지만, 오후 5시에 QA보완 콜을 해야한다. 잠시 짬을 내서 은행에서 애드센스 수익금을 받았다. 취미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하루에 천 원 정도 수익이 발생하는데 10만 원이 적립되면 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5시 정각에 QA보완 할 고객에게 콜을 했는데 지금 통화가 어렵단다. 내일 오전 10시에 다시 전화달라고 한다. 내일 쉬는 토요일인데... 


퇴근을 하며... 앞으로 실적이 나쁠 때마다 갈구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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