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계약 1건 해약 1건 - 철회 방어에 대한 생각

manwon 2014. 11. 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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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계약 1건, 해약 1건


아침에 30분 늦게 일어났다. 아침 6시 30분 기상.


이 일을 시작하고 좋은 점은 불면증이 없어졌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잠이 너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이라 그런지 한번 잠들면 일어나기 싫을 때가 많다.


오전 교육이 일찍 있어서 지각할까 조마조마 했지만 5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정된 교육은 진행되지 않았다. 교육을 맡은 실장이 깜빡한 것인지 다른 업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오전에 계약 1건을 따냈다.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고객이었다. 꽤 오랜 시간 통화하다 보니 분위기가 내가 고객에게 매달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내 보험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고객 보험을 가입시키는 것인데 내가 왜 그렇게 절절매며 매달려야 할까. 그냥 '이 보험의 장점은 이렇고 이런 때 이런 보장이 좋으시니 한번 가입을 고려해보시죠?' 라고 말을 하고 고객이 싫다고 하면 바로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 식이 원래는 정상이겠지만, 그런 식으로는 일 년에 1건도 힘들 것이다.


오후에는 지난달 넣은 계약 하나가 결국 해약되었다. 고객이 콜센터로 직접 전화해서 해약처리를 했나 보다. 청약 일주일 후 해피콜을 했을 때 철회를 하겠다고 밝힌 고객이었다. 나는 당시 1시간 넘게 열성적으로 철회방어를 했었다. 그 당시에는 보장 내용을 다시 한 번 듣더니 '보장 내용 정말 좋네요, 그냥 유지 잘 할게요'라고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한 달이 넘어서 결국은 해약을 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1달 치 보험료를 손해 본 것이기에 마음이 씁쓸하다. 해약의 경우 유지율에 영향을 미쳐서 텔레마케터 급여에도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즉 쌍방이 손해 보는 경우가 바로 해약이다. 그래서 30일 이전에 철회요청이 들어오면 간단하게 사유 정도만 묻고 철회를 바로 처리해주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전에 지점이나 보험회사 측에서 철회방어를 3회 이상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도 있었다. 한 번 통화할 때 3번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월요일에 고객이 철회요청을 하면 일단 막아보고 실패하면 화요일, 수요일에도 다시 전화하라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다행히 그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상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행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강심장이 없었을 것이다. 영업도 영업이지만 그 정도로 달라붙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콜센터 아웃바운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전투적인 투지는 필요하다. 그냥 깔끔하고 합리적이고 매너적으로 계약을 하며 잘 출근하고 잘 퇴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에 오니 카드고지서가 날라왔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물론 가장 큰 항목은 치과 치료비였지만...


업무적으로 필요한 것을 사면서 생긴 지출도 은근히 컸다.



내일 고객한테 보낼 사은품을 샀다.



보따리상 하는 고객이 있어서 토시를 샀는데, 좋아하시려나 모르겠다.


13,450원 지출.


프로젝트팀 3인이 함께 김밥천국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 만두, 치즈 뿌린 떡볶이를 먹었다. 이 일을 하게 되면 주변 동료와 사소한 말이라도 나누는 것이 심리적인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셋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서로 노력하면서 서로 잡담하며 식사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늦은 오후에 다시 사무실에서 나와서 근처 커피숍에서 앞으로의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중간에 RA는 가망 고객이 있어서 사무실로 올라갔고 SK와 잠시 더 예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나중에 RA에게 계약을 했다고 카톡이 왔다. 무려 30일 정도 만에 다시 나온 계약일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팀원이라는 생각에서일까 내 일처럼 기뻤다. 처음에 SK와 RA에게 스터디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 전에 사실 좀 망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판단인 것 같다[각주:1].



  1. 이전 일기에서도 주석으로 밝혔듯이 해당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참 많이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스터디를 결성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는 것이 여러이유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해서 추후 일기에서 따로 기록할 예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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