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계약 1건 - 동료 관계와 텔레마케팅 사무실 분위기에 대해서

manwon 2014. 12. 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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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계약 1건 - 텔레마케팅 사무실 동료 관계, 분위기에 대해서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어제보다는 조금 풀린 날씨지만 꽤 춥다.


아침에 버스를 타면 사무실까지 45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 앉아 가는 편이라 출퇴근 피로는 없지만 마음까지 편하지는 않다. 눈은 감지만 잠들지도 못하고.. 


회사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다.  입에선 한숨이 나오고 주변엔 찬바람이 분다. '휴게실에서 커피믹스나 한잔 마셔야지' 생각만 하며 걸어갔다.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입 상담원과 마주쳤다. 먼저 인사를 했는데 씹는다. 입사도 내가 먼저 했고 나이도 내가 많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쯤 뒤에서 여자 실장이 다가 왔는데, 그녀를 보고 그 상담원 "어머~ 언니이~!!" 하며 반색을 하며 반긴다. 한마디할까 하다 말았다. 실장에게 잘 보여야 사무실 생활이 편하고, 별 상관 없는 다른 상담원과는 굳이 아는 척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다른 상담원과는 거의 아는 척을 하지 않는 상담원들도 소수 있다. 다수에 의한 왕따를 당해서 동료들과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러한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 사무실 내에서 그림자처럼 동행하는 단짝이 한 명 있기 마련이다. 교육이나 회식, 점식식사 등은 그 단짝과 함께 움직이고 업무 시간에 실적만 올리고 퇴근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떠한 사정으로 단짝이 퇴사를 하게 되면 그 상담원은 현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도 대부분 얼마 후 퇴사를 하거나 새로운 단짝을 만들게 된다. 여하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적을 올리며 출퇴근을 하는 것 외의 추가적인 관계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상담원도 있다는 것. 


다른 모든 상담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말 친한 소규모 그룹에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10명 정도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점심을 함께 하거나 회식 장소에서 앉는 배치를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 소규모 그룹은 입사 동기 중에서 마음 맞는 이들로 이루어지거나, 자신을 리쿠르팅한 관계이거나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던 이들이 함께 이직해 온 경우이거나 등등.


어느 직장이나 위에서 기술한 성향은 다 있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텔레마케팅 사무실의 경우 훨씬 강하다고 보여진다. 내가 지금 다니는 곳은 10명 중 9명이 여성이다. 또한 그들 중 대부분이 유부녀다. 텔레마케팅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을 갖고 지원했다기 보다는 대부분 부족한 남편 벌이로 자녀들 교육비며 생활비가 빠듯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몇 개월 못 버티고 퇴사하게 된다. 그래도 그간 교육비 100만원에 2~3개월 기본급 100만원씩 총 300~400만원 정도 수입으로 아쉬우나마 만족하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이르면 일단 퇴사하고 몇 개월 쉬다가 다른 보험회사로 재취업을 하는 이들도 꽤 많다. 퇴사율이 높다보니 역설적으로 재취업하기도 쉬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직종이라 그런지, 겉으로는 다들 친해 보여도 은근히 뒷담화가 많은 편이고, 지점에서 근무 조건의 변경 등을 지시하면 일반 직장에 비해서 불평 불만이 더 많은 편이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21일 일기 뒷부분은 다음 포스팅에 기록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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