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계약 2건 - 청약 후 우편물 발송과 해피콜에 관한 생각들

manwon 2014. 11. 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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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계약 2건


금요일 근무 빠진 것도 마음에 걸렸고 아침에 날씨도 우중충하다. 잠도 덜 깼고 아침 출근길부터 우울하다.


"이 일 정말 하기 싫은가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보험 계약을 사후 관리하는 것이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꽤 많다. 힘들게 1시간 2시간 떠들어서 청약녹취를 완료하면 그 순간 기분은 정말 좋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사은품 챙기고 우편물 발송, 우편물 잘 도착했는지 해피콜, 서류보며 보장내용 설명, 철회 방어, 보험금 청구상담...


보험회사에 따라서 이 과정이 조금 다른 곳이 있는데, 청약녹취 이후 우편물 발송을 상담원이 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본사에서 우편물을 발송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텔레마케터 일을 하게 된다면 동일 조건이면  우편물 보내지 않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일단 택배비 등의 우편 비용과 사은품 등을 대부분 상담원 자비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지점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청약서 챙기고 약관 챙기고 포장하고 사은품 구매하고 그러는 과정에 꽤 공을 들여야 한다. 


우편물을 보내는 경우, 특히 신입 상담원일수록 부피나 비용이나 과한 사은품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험 회사 급여체계가 계약 건수 구간별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1건이 철회로 빠질 때 급여 차이가 꽤 많이 날 수도 있다. 신입의 경우 대부분 최소 건수에서 간당간당한 경우가 많다. 최소 건수를 채우면 월 백만 원 정도 받는 것이고 1건이라도 빠지면 한푼도 못 받거나 몇 십만원 받고 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청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철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원은 우편물을 보내고 우편물이 잘 도착했는지 해피콜을 하면서 계약 유지 의사를 재차 확인해야 한다. 이 때 우편물을 받고 나서 택배상자를 뜯지도 않고 처박아 두는 경우도 꽤 많다. 상담원이 좋다고 좋다고 해서 그 순간에는 뭐에 홀린 것처럼 청약을 했는데,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뭐가 좋다고 생각했는지도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진다. 상담원이 1시간 2시간 반복해서 브리핑한 내용의 90퍼센트 이상이 기억에서 잊혀진다.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려서 상담원이 포장한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이 때 즈음 되면 보장 내용에 대한 기억은 95퍼센트 이상 소멸되고 매달 보험료 빠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막상 철회할려고 하니 혹시 나중에 이것 놓쳐서 후회하지는 않을까 생각에 찜찜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편물을 뜯지도 않은 채 방구석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상담원은 계약자에게 '우편물 내용 천천히 확인하시고 제가 언제쯤 전화를 다시 드릴까요' 라는 식으로 처리하게 되는데, 그 약속한 일시에 전화를 다시 하면 전화조차 안 받는 경우도 은근히 많다. 이렇게 청약 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 하면 허우적대기 쉽상이다. 




오늘은 오전에 1건, 우편물 작업 마치고 콜타임 채우기 위해서 돌린 오후에 1건, 이렇게 총 2건이 나왔다.


계약을 어느 정도 하기 위해서 바쁘다거나 하는 도입거절을 잘 극복해야 하는데, 의외로 많은 상담원이 쓰는 것이 사오정 기법이다. 쉽게 말해서 못 들은 척 딴소리로 거절의 순간을 얼렁뚱땅 넘어간 후 빠르게 보장 내용을 브리핑하는 식이다. 


오늘 2건도 그런 사오정 기법으로 도입거절을 넘기고 계약을 했지만, 마음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의 거센 반발과 다른 시스템의 등장으로 점차 축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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