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12일 무계약 - 쌓인 스트레스가 살짝 터졌다

manwon 2014. 9. 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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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무계약 7일차.


월요일 아침부터 몸은 피곤하고 머릿속에서는 짜증만 난다. 잠은 충분히 잤는데 요새 아침에 피로를 많이 느낀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생긴 증상이다. 아침에 깨서 샤워하고 밥 먹고 사무실로 가는 동안까지 피로감이 상당하다. 몸 많이 쓰는 일을 할 때 느끼는 피로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육체적인 노동으로 피곤한 것을 '노곤하다' 라고 표현을 한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오래 쌓여 느껴지는 이 느낌은 그냥 '매가리가 없다' 정도의 느낌.  

내 몸은 말을 많이 하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 몸인 것 같다.



일 년 전에 담배를 끊어서 그나마 조금 좋아졌지만, 말을 좀 많이 하면 목이 쉽게 맛이 간다. 

아침부터 목이 좀 아파서 용각산 1스푼.




목캔디도...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서 타려는 버스가 서는 듯하다가 그냥 무정차로 지나갔다. 아니 뭐 저런 X가 있나 싶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를 앞질러서 정류소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탔다. 삑~ 카드를 찍으며 그냥 지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자 이 아저씨 하는 말씀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단다. 아침부터 상쾌하게 거짓말로 잡아 때는 기사를 보자 혈압이 올랐다.

자리에 앉아서 화를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보니, 평소에 내가 하지 않던 행동들이었다. 아니 무슨 대단한 일을 하신다고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에 발산하려 하나. 며칠 전에는 출근길에 어머님이 어떤 말씀을 좀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 "엄마 결론만 말씀하세요"라며 싸가지 없게 굴었다.

여하튼 무계약 7일째다. 양 옆자리에서 계약이 쏟아지는데. 그런데 또 맞은 편에 앉은 [각주:1]JE씨와 RA씨는 요새 나보다 더 고전 중이다. 멀리 떨어져 앉게 된 SK도 요새 슬럼프다. 돈 벌기 참 쉽지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노력하며 버티면 생각보다 빨리 될 것이다. 그까짓 것. 쳇~




  1. JE씨는 30대 중반의 대구 출신 여성이다. 170이 넘는 큰 키에 미인형. 배우자가 밖에서 일 하는 것을 반대해서 배우자 몰래 일을 시작했다. 약간 사투리를 쓰지만 서글서글한 말투로 일단 잘 들어주고 대화하듯이 잘 설명하는 스타일이었다. 텔레마케팅 경험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초반에는 기계약자가 소개를 많이 해줘서 실적이 좋았는데 그 후부터는 실적이 저조한 편이었다. 도입에서 고객이 바쁘다거나 하는 거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냥 놔주는 편이었다. 6개월 정도를 근무하고 관둔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텔레마케터 일을 다시 하지는 않은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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