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일기

텔레마케터 일기 -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무계약 - 친구 병문안을 가다

manwon 2014. 6. 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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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9월 ~ 2013년 11월 사이에, 제가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애초에 공개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 용도로 기록한 것이라 내용이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일기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카테고리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심경 등을 기록을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기를 직업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이 일기는 '텔레마케터 일기'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이 기록을 하겠습니다. 
현업 중인 일기는 비공개로 저장을 했다가 그 일을 퇴사한 후 해당 일기를 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무계약 3일차... 불안하다.


친구가 췌장염으로 입원해서 병문안을 갔다. 오후 2시경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이다.


그런데 속이 쓰리고 헛배가 불러와서 생각해보니, 점심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다닌다고 밥까지 거르는지. 예전에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1년 정도 했었다. 당연히 식사 시간 때 제일 바빠서 밥을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부터 속 쓰림 증상이 시작되었던 같다. 밥을 굶으면 오히려 배가 나온다. 이른바 헛배.





친구는 술, 담배를 이참에 끊는다고 한다. 그래서 금연에 도움이 될만한 사탕과 목캔디 은단을 샀다. 이 녀석과 술자리를 하면 참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되어서 좋았는데.





어디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기도 그렇고 해서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샀다. 





근처 공원 벤치에서 한 입 베어 물으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무슨 첨가물을 넣었는지 참 맛있네..





혼자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샌드위치를 먹으니 기분이 ...


'안정된 직장에서 안정된 급여를 받으면서 제때에 잘 차려진 식사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어쩌다 이 모양이 이 꼴이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정직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친구가 입원한 한일병원이다. 한전이 인수했는지 병원 이름이 한전병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병문안을 가서 대화를 나눴지만, 남자들 하는 말이 별것 있는가. 그는 환자복을 입은 채로 최근에 있었던 사업문제며 일 예기를 하기 시작한다. 한 시간가량 있다가 헤어지려는데...


"너 보험 한다며.."

"응"

"내가 우리 애기꺼 하나 가입해줄게. 퇴원하고"

"그려"

"월 얼마냐?"

"한 오만 원 정도 한다"

"뭐 그렇게 비싸냐..?"


왜 그렇게 비싸냐는 질문에 나는 마치 자판기처럼, 비싸지 않고 좋은 보험이라며 기계처럼 상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인 계약을 나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고 원하지도 않는다. 사실 천성 자체가 영업하고는 좀 거리가 있다.


나는 상대방과 논쟁을 하다가도 상대방의 의견이 맞으면 그 자리에서 수긍하는 편인데, 그런 것이 텔레마케터에는 별로 좋은 자질은 아닌 것 같다. 





병문안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로 무계약 3일째. 이틀에 한 건씩만 계약이 나와주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한 것은 한번 안 나오기 시작하면 그 기간이 1주일이고 2주일이고 길어진다는 점.


매일 아침 한 시간 가량의 조회시간에 교육도 받지만, 전날 실적에 대해 발표를 한다. "누구누구 상담원 어제 십몇만원 달성하셨습니다! 짝짝짝~" 손뼉을 치는데, 계약이 오래 나오지 않아서 자기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축되기 십상이다. 지점 차원에서도 그런 것을 어느 정도 노리고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영업하는 곳이라면 그런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견디지 못해서 제 발로 퇴사를 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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