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국민학교 화장실에서 만났던 육손이의 기억

manwon 2021. 7. 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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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3일 화요일 - 국민학교 화장실에서 만났던 육손이의 기억


아마도 국민학교 1학년 때 일 같다. 꽤 추웠던 날씨라 입학 초가 아닐까 싶다. 그땐 학교 건물 뒤에 작은 크기의 화장실이 있었다. 양 옆이 뚫린 단층 구조인데 따로 칸막이나 소변기가 있는 게 아니라, 남자아이들끼리 일렬횡대로 살짝 돋은 바닥을 밟고 올라가 그냥 바닥과 벽에 싸면 하수구로 소변이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깨끗한 집 화장실만 쓰다가 바닥에 오줌 찌꺼기가 잔뜩 낀 지린내 나는 그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어린 마음에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야 이 동전 네가 가질래?"   

 

지린내를 참아가며 소변을 갈기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아이가 내게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외국 동전을 보여주며 그렇게 물었다. 그 아이는 엄지와 검지로 동전을 잡고 있었는데, 엄지 바깥쪽으로 마치 작고 말라비틀어진 가지가 새로 돋은 것처럼 작은 손가락이 하나 더 있었다. 


"어...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아"


난생처음 육손을 본 나는 꽤 놀랐다. 놀란 것을 들키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아마도 국민학교 6학년 때였을 거다. 내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 시작되는 곳 바로 아래에 뼈가 도톰하게 만져지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을 움직이면 살짝살짝 그 뼈도 같이 움직였다. 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왼손 같은 부위도 그렇게 느껴지면 '아 원래 그런가 보다' 할 텐데, 그쪽은 또 멀쩡했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그 뼈가 자라나 내 손바닥 거죽을 뚫고 나뭇가지처럼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결국 몇 달을 고민하다가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이게 튀어나오면 자르면 되고요, 아니면 그냥 두면 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사는 정형외과 의사도 아니었을 거다. 하여튼 그렇게 모호한 답변을 내렸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아니 이 의사는 뭐 이렇게 당연한 답변을 할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모호한 답변이기에 내 공포심과 불안은 그다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1년 후.... 중학교 1학년인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시 그 병원으로 가게 됐다. 그리고 결국 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했는데, 다행히 새로 튀어나온 손가락은 아니었고 고추 껍질을 조금 잘라내야 했다. 그렇게 포경수술을 마치고 사춘기가 오면서 손가락이 더 생길까 하는 공포심은 자연히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아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국민학교 1학년 때는 아마도 그것을 제거하는 의료 기술이 없었거나 경제적 형편이 안 되어서 그런 시술을 받지 못했겠지. 그래도 나중에 잘 치료받고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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