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기절했을 때 마치 임사체험처럼 탱화가 보였던 기억

manwon 2021. 7. 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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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8일 월요일 - 기절했을 때 마치 임사체험처럼 탱화가 보였던 기억


아마도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것 같다. 내 나이 6살, 7살 정도 같은데, 당시 살던 집 근처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다. 풀 한 포기 없이 순전히 붉은 흙으로 덮인 낮고 길쭉한 언덕이었다. 높이는 2미터 정도라 밑에서 위까지 오르락내리락 뒹구르며 놀기에 좋았다. 반면에 언덕 위는 평평하고 길쭉해서 뛰어놀기에도 참 좋았다. 바람 부는 날엔 거기서 연 날리기도 하고 쥐불놀이도 했다. 조금 나중 일이지만, 슈퍼맨을 처음 티브이에서 보고 보자기를 두르고 뛰어다닌 곳도 그 언덕 위였다. 


어느 날 언덕에서 동네 녀석들과 뛰어내리기 놀이를 했다. 언덕의 3분의 1 정도는 장미연립의 담벼락과 맞닿아 있었다. 그날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번 뛰어내리기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언덕 위에서 최대한 높이 점프해서 장미연립의 담을 넘고 반대편 땅바닥에 착지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문제는 담 바로 안쪽에 어른 키 높이의 빨래걸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문자 Y처럼 생긴 녹슬고 커다란 쇠파이프 2개가 적당히 벌린 간격으로 땅에 박혔고, 그 양 끝엔 주황색 나일론 줄이 하나씩, 총 2줄이 걸려 있었다.  


이를 악 물고 뛰었지만 담을 넘은 내 몸은 정확히 그 나일론 끈 2줄 사이로 떨어졌다. 발과 땅바닥이 만나기 전에 앞 목과 빨랫줄이 먼저 닿았고 아주 잠시 동안 빨랫줄에 목이 매달리듯 걸려 있다가 이내 땅으로 풀썩 떨어졌다. 아니,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바로 기절을 했는데, 그때 희한한 경험을 했다. 기절해 있는 내내 부처님이 그려진 탱화가 머릿속에서 보였던 것이다. 부처님이 한가운데 있었고 그 주변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나한들도 보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동네 꼬맹이 친구들에게 참 고맙다. 그 언덕 바로 근처가 우리 집이었지만, 그때 아이들은 서로의 집이 어딘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꼬맹이들 여럿이 나를 업고 그들 중 한 명의 집에 나를 눕혔다고 한다. 정신이 들었을 땐 낯선 집의 안방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동그란 테두리의 화장대 거울 앞으로 가, 상처 입은 목을 어루만지며 살펴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일종의 '임사체험'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부모님이 아주 어린 나를 데리고 절에 가셨었고 그때 본 탱화의 모습이 무의식 속에 잠겨 있다가 기절하면서 다시 보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부처님이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것일까?  

 

사진 출처 위키백과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불교_탱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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