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대여한 휠체어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manwon 2021. 6. 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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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0일 목요일 - 휠체어로 외할머니를 미장원까지 모셔다 드리다 


작년에 코로나19 와중에도 외할머니를 대상자로 해서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었다. 알고 보면 어려운 절차는 아니었지만, 나름 자료도 수집해야 했고 자잘하게 신경도 좀 써야 하는 작업이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기 싫어하시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동네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일도 해야 했는데, 괜히 그러다 외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내가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닐까 고심도 좀 있었다. 24시간 어머님과 내가 붙어서 돌봐 드리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신 상태라 당연히 장기요양등급도 잘 나왔고 걱정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게 되면 크게 2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첫 번째로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하루에 4시간 정도 돌봐드리는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휠체어나 이동식 변기 등의 노인용품을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하거나 빌릴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항목은 어머님과 내가 돌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괜찮고, 두 번째 항목을 이용해서 보행 보조기를 3만 원 정도의 소액으로 이미 구매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휠체어를 월 4,500원 정도의 금액으로 대여했다. 

예전에는 외할머님이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으시고 다른 한 손은 어머님이 팔로 부축한 상태로 동네 미장원 방문이나 가벼운 산책을 하시곤 했다. 하지만 어머님도 허리, 어깨가 평소 자주 아프신 편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였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님께 외할머니를 밖으로 모실 때 휠체어를 쓰자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휠체어에만 의존하게 되면 외할머니에게 그나마 남아 있는 희미한 보행 능력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신 것 같다. 

최근에 어머님께 "외할머니는 장기요양등급이 있으셔서 한 달에 4천 원 정도 돈으로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세요" 말씀드리고, "미장원 같은 데 다니실 때는 제가 휠체어로 모셔드리고, 외할머니 걷기 운동은 따로 또 별도로 하시면 되지 않겠어요" 말씀드리니 그럼 그렇게 하자 하셨다. 그렇게 해서 휠체어를 대여해 왔고 며칠 후 아주 날씨가 좋은 날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어머님과 함께 동네 구경을 좀 시켜드렸다. 지팡이를 짚고 나오실 때는 힘이 부치셔서 아파트 단지 밖을 못 나가셨다. 이번에는 휠체어로 편하게 단지 밖을 나와 길거리 사람 구경도 좀 하시고 수풀이 우거진 거리와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공원 길을 보시니 기분이 꽤 좋아지신 듯했다. 그날 저녁에는 갑자기 내 손을 잡으시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씀하셨다.  

오늘도 어머님이 외할머님 모시고 미장원을 간다고 하시길래 휠체어로 태워드렸다. 요새 외할머니는 가끔 헛소리도 하시고 사람을 못 알아보시기도 한다. 다행히 그러다 다시 평소 정신으로 돌아오신다. 예전에는 정신이 맑을 때가 더 많으셨는데 요새는 멍하니 뚱한 무표정으로 돌처럼 앉아계시다 불현듯 엉뚱한 소리를 하시기도 하고 사람 얼굴도 못 알아보시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런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그래도 오늘 미장원에 다녀와서는 "할머니 머리가 아주 예쁘게 됐어요. 10년은 젊어 보이셔요" 했더니 살짝 웃으신다. 원래 사진 찍을 때 평소와는 달리 아주 멋진 미소를 지으시는 분인데, 최근에는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 웃으세요" 해도 무표정으로 일관할 때가 대부분이라 조금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칭찬도 해드리고 머리가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을게요. 웃어보세요 했더니 제법 예전처럼 미소를 살짝 지으셔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나를 보며 두 손을 부여잡고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말씀을 하시더라. 앞으로 휠체어로 조금 더 동네 구경도 자주 시켜드려야겠다. 외할머니는 가끔 어머님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 아저씨 누구니?"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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