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어금니 발치 후 통증에 시달리다 진통제 먹고 빵긋

manwon 2020. 8. 18. 22:31
반응형

[알림] 개인적인 일기를 본 블로그의 '일기는 일기장'에 카테고리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당 일기는 읽는 이에게 어떠한 정보나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참고하시어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버튼을, 타인의 일기를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로 스크롤을.

 

2020년 8월 18일 화요일 - 후덥지근한 날이다

지난주에 금이빨이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금 크라운이라고 해야겠지. 왼쪽 윗 어금니 맨 안쪽에 해 넣은 것이다. 아무튼 해 넣은 지 짧으면 8년, 길면 15년 정도 쓰고 빠진 것 같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간단히 재접착하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치과 의사 입에서 "이미 이 어금니는 속까지 다 썩어서 못쓰시고요, 새로이 임플란트를 하셔야 하는데 어우! 추가로 다른 치아도 많이 썩었네요. 요건 씌우고 저건 때우고..." 정도 되겠지.

최상의 시나리오를 기다리며 바로 다음날 치과에 갔다. 살짝 떨리더라. 자칫하면 고통과 출혈에 큰 지출이 잇따를 테니 말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건 다시 못 붙이세요. 속까지 다 썩어서 일단 발치하셔야 합니다."
"그럼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건가요?"
"아뇨 그것도 쉽지 않아요. 맨 안쪽 어금니는 이 상악골의 구조상...."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치과 의사 소견은 이렇다. 원래는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게 좋겠지만, 맨 안쪽 어금니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거다. 발치하고 3개월 후 뼈가 잘 차올라도 그쪽 부분은 상악골 구조상 임플란트가 쉽지 않다는 거다. 맨 안쪽 어금니는 빠져도 당장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 이번에 빠진 어금니 바로 옆에 있는 치아의 수명이 다해서 그걸 임플란트 해야 할 때 이번 것까지 2개를 같이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소견이었다. 일단 임플란트를 당장 하지 않아도 되니 나로서는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당장은 발치만 하고 1~2만원 정도 지출하면 되니 항상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꽤 괜찮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날은 발치하기로 예약만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다시 치과에 방문했다. 발치하는 날이다. '혹시 발치할 때 엄청 아프지는 않을까.... 발치하면서 새로 드러난 치아에 충치가 있으니 이걸 또 치료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진 않을까....' 이런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역시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인 건가' 생각할 즈음에 내 이름이 호명되고 치료가 시작됐다. 마취주사를 2대 정도 맞은 것 같다. 잠시 후 "뿌드득" 하는 느낌이 아주 살짝 나기는 했지만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어금니를 제대로 빼기 위해서 살짝 비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발치는 다 끝났어요"라고 치과 의사가 말했다. 그리고 "이젠 꼬맬게요" 하면서 뭔가를 정말 꼬매긴 꼬매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더라고. 이때 정말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구나, 의료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네' 생각에 가슴이 다 뿌듯해지더라.

지혈을 위해 발치한 부위에 거즈를 넣고, 병원을 나왔다. 약국에서 몇 천원을 내고 약을 수령한 후 집으로 향했다.

  

오후 5시 반경에 발치를 했는데 집에 오고 6시 정도 되니까 슬슬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통증이 시작되었다. 원래는 지혈을 위해서 발치하고 2시간 동안 거즈를 물고 있어야 하는데, 거즈가 해당 부위에 닿는 것조차 불편하고 아파오기 시작해서 중간에 거즈를 뱉어냈다. 참을성이 많은 나로선 꽤 의외의 행동이었다. 그만큼 뭐랄까 통증 자체가 꽤 강렬한 편이었다. 막 충치처럼 아픈 건 아닌데, 왼쪽 잇몸 전체가 뻐근해지면서 하여튼 참기 쉽지 않은 고통이었다.

할머니는 왜 쟤 저녁밥 안 먹냐고 성화신데, 이빨 뽑고 와서 지금 밥 못 먹어요 몇번 말씀드려도 귀가 거의 안 들리시니 자꾸만 내 방문을 열고 얘야 밥 먹야야지 하시는데, 나의 뇌가 고통을 처리하는데 에너지를 거의 다 써버린 탓인지 훅 하고 올라오는 짜증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짜증과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냉찜질을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니 덜컥 겁이 났다. 처방받은 약에 진통제 성분이 있는지 다급히 확인해 봤다. 다행히 3알 중 1알에 진통제 성분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조금 안심이 됐다. 저 약을 빨리 먹어야 하는데 발치하고 2시간은 지나야 식사를 할 수 있다. 오늘 처방 받은 약은 빈속에 먹으면 속을 상하게 하니 꼭 식사를 하고 약을 먹어야 한다. 

 

저녁 7시 반에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수프를 살짝 식힌 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약을 먹으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아주 조금씩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밤 9시가 돼서는 아주 멀쩡해졌다. 통증이 사라진 만큼 기분이 좋아져서 일기를 쓰게 된 것 같다. 

금이빨 팔 생각에 룰루랄라다.

참고: 어금니 빼고 불편한 부분이 사라지는 과정은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