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도전 (2019년 이전)/04 초단기 프로젝트 모음

후드티 시보리 교체 & 가을 점퍼 팔 길이 줄이기 수선 받다

manwon 2019. 11. 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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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드티 시보리 교체 &  가을 점퍼 팔 길이 줄이기 수선을 받다

 

즐겨 입는 후드티 소매가 보기 흉할 정도로 해졌다. 가을 점퍼 소매 기장도 길어서 불편하다. 원래는 옷이 해지거나 길이가 안 맞아도 그냥 입고 다니는 편인데, 최근에는 옷을 수선한다는 행위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떠한 문제를 소액으로 뚝딱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지다. 세상사 어디 그런 게 흔한가?

 

옷 두 벌을 보자기에 담고, 근처 옷 수선 집이 어디에 있는지 어머님께 여쭸다. S 플라자 1층에 있다는 말씀을 듣고 혼자 다녀오려 했는데, 어머님이 굳이 같이 가자고 하신다.


S 플라자는 아주 오래된 주상복합 아파트다. 마치 홍콩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ㅁ'자 복도에 중정(中庭)이 있는 구조다. 그 중정 아래에 건물의 2층과 1층이 있고 거기에 상가들이 입점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아예 멈춰있는데, 현재 2층은 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1층 상가도 한산한 편인데 그나마 그릇이나 생필품, 여성복, 화분 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방문한 날엔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은 별로 없었고,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오며 가며 수다 떠는 소리만 종종 들렸다.


옷 수선 집엔 그래도 손님이 꽤 많았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여사장님은 무뚝뚝했다. 후드티의 닳은 소매를 수선하고 싶다고 말하니 대뜸 이건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그 이유를 뭐라 뭐라 하는데 잘 못 알아듣겠더라. 일본말인지 한국말인지 모를 수선 용어를 작은 소리로 웅얼대듯이 말했다. 손님인지 남편인지 어떤 60대 남성이 '아 그건 저기 00양행으로 가서 시보리를 가져오면 돼'라고 알려줬다.


정리해 보면, 시보리는 신축성 있는 옷소매를 얘기하는 거고, 마침 옷 수선 집에 시보리가 없으니 00양행에 가서 그걸 사 오면 여기서 수선해주겠다는 소리였다. 가을 점퍼 팔길이도 좀 줄여달라 여사장님에게 말하고 00양행의 위치를 그 남성에게 물었다. '거시기 그.... 정육점 옆에 그.... 중국집 옆에 그....'


동네 지리는 내가 좀 안다. 정육점 옆에 중국집 있는 곳은 딱 한군데밖에 없다. 걸어서 15분 거리를 어머님과 함께 걸었다. 바람이 좀 쌀쌀했는데 만약 내가 추측한 그 위치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내가 예상한 곳 근방 깊숙한 골목 안쪽에 00양행이 보였다. 문이 잠겨있어서 현관유리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5분 정도 후에 60대 여성이 열쇠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소매 2개를 만들 수 있는 시보리를 4천 원에 구매한 후 다시 옷 수선 집으로 돌아왔다. 시보리를 건네니 내일 요맘때 찾으러 오란다.

 

 

다음 날 저녁에 갔지만, 아직 안됐다고 해서 그다음 날 다시 방문했다. 가을점퍼 팔길이를 줄였는데 맙소사.... 너무 짧아졌다. 옷 수선 집 여사장님이 이쯤에서 재단할 거라고 말했을 때 내 눈에는 그래도 좀 긴 듯 보여서 조금만 더 짧게 해달라 했는데 그 말을 한 게 실수였다. 뭐 어쩔 수 없지. 다음부터는 전문가의 눈대중을 믿고 따르자. 토 달지 말고.

 

 

후드티 소매는 아주 마음에 들게 수선됐다.

 

 

후드티와 꼭 맞는 색상이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색으로 시보리를 골랐는데 적당하게 어울리는 투톤이라 괜찮다. 새것이라 그런지 팔목을 꽉 물어주는데 눈을 감으면 마치 새옷을 입은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시보리 4,000원, 옷 수선비 두벌 9,000원. 총 1만 3천 원이 들었다. 옷을 새로 사는 것보다 헌옷을 수선하는 게 더욱 즐겁다. 어머님과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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