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기록

조립컴퓨터 as 문제점과 용산 더컴에서 메인보드 고장 수리 후기

manwon 2019. 2. 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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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6개월 전에 데스크톱이 고장났다. 수리하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쉽지 않았던 컴퓨터 수리 과정에서 느낀 조립컴퓨터의 AS 문제점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또한 메인보드 수리업체인 '더컴'의 방문기도 글의 말미에 간략하게 기록해 놓았다.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들

5년 전에 아이코다에서 구매한 데스크톱과 작년에 구매한 에이서 노트북을 쓰고 있다. 노트북은 도서관에서 잠깐잠깐 쓰는 용도다.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작업은 아이코다에서 조립한 데스크톱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데스크톱이 고장 나다

그 데스크톱이 작년 7월에 갑자기 고장났다. 전원을 누르면 바로 꺼졌다가 켜지고를 무한 반복했다. 내가 하던 모든 작업이 중단되었기에 빨리 해결해야 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해당 증상을 검색해 봐도 의견이 분분했다. ‘파워 문제다. cpu 문제다. 메인보드 문제다’ 의견이 분분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아이코다로 전화를 했다.

“수고하십니다. 갑자기 부팅이 안 돼서 전화드렸는데요”

“언제 구매하신 거죠?”

“대략 5년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아 그러면 저희 쪽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네요.”

“왜죠?”

“부품들 보증기간이 전부 다 지났거든요.”

“그럼 제가 컴퓨터를 들고 거기로 가도, 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전혀 없는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미쳐 몰랐던 조립컴퓨터 as의 문제점

갑자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이렇다.

1. 내가 아이코다로 데스크톱을 들고 간다.

2. 엔지니어가 데스크톱을 점검한다.

3. 여기가 고장이 났으니 해당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고 엔지니어가 알려준다.

4. 수리를 맡기고 근처 식당으로 가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5. 다시 돌아와서 as 비용을 지불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이런 아름다운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에서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다른 조립업체도 그런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통화한 아이코다 직원은 분명히 말했다. 전 부품의 보증기간이 지난 것 같으니 고객님이 알아서 해결하셔야 한다고...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고장 난 부품값에 추가로 AS 비용까지 더해서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왜냐면 컴퓨터 수리에 시간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한다면 조립업체는 추가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는 간편하게 AS를 받을 수 있어서 좋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닌가?

 

 

일단 파워부터 확인해 보자

그 다음 대책으로 동네 컴퓨터 수리점에 as를 맡길까 했다. 그런데 불경기라 그런지 갈 때마다 불이 꺼져 있거나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수리점이 없어졌다.

 

큼직한 드라이버를 들고 데스크톱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재조립할 때 생각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분해했다. 내 방은 분해된 부품과 복잡한 선들로 난장판이 되었다. 슬슬 짜증이 났다. 지금 이런 작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주 후, 파워를 들고 용산에 있는 뉴젠씨엔티 슈퍼플라워 서비스센터로 갔다.

"파워가 고장이 난 것 같아서요."

"내 잠시만요, 곧 점검해드릴게요."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제발 파워가 고장이기를 바랐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메인보드나 cpu가 고장이라는 소리인데, 그때부터는 시나리오가 복잡해졌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지금 20분 정도 파워 테스트했는데요, 파워는 이상 없습니다"

 

멀쩡한 파워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내 방은 제법 난장판이었다. 뚜껑이 열린 케이스에서 나온 여러 가닥의 전선들은 마치 맹수에게 배를 뜯긴 초식동물의 흘러내린 내장처럼 보였다. 분리된 파워와 수많은 파워케이블 가닥은 방바닥 한구석에 묵직하게 처박혀 있었다. 메인보드와 거기에 부착된 cpu, 또 거기에 부착된 거대한 쿨러는 가뜩이나 좁은 책상 한편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용산 더컴 메인보드 수리업체를 찾아가다

하던 작업을 이미 노트북으로 대체했다. 그렇다고 데스크톱을 저렇게 계속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처음에는 메인보드 제조업체인 애즈락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려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용산에 메인보드만 전문으로 수리하는 '더컴'이라는 업체가 있었다.

 

지난 1월, 다시 시간을 내서 출발했다. 용산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1층에 있는 cu 편의점 오른쪽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래된 수리업체 특유의 분위기가 났다. 사방은 수많은 메인보드 기판과 다른 전자 부품으로 빼곡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여담이지만, 국민학생 때 애플컴퓨터의 조이스틱을 수리하러 홀로 세운상가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세상 무서운지 모르는 하룻강아지 시절이라 그랬는지 참 겁이 없었다. 그 던전 같은 세운상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신나게 구경하다가 조이스틱을 수리하러 어느 점포에 들어갔다. 내 조이스틱 뚜껑을 열고 인두로 납땜을 하던 20초반의 남자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고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하며 갈구기 시작했다. 그가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단지 무서웠던 것은 그 남자의 실명된 한 쪽 눈알이었다.

 

사실 용산이나 세운상가나 뭐랄까, 짜장면 냄새랑 담배 연기가 공존하는 어떤 던전 같은 맛이 있어서 내가 좋아했던 것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불친절한 직원들은 던전으로 따지면 적당한 몬스터 정도로 여길 때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기 직원분은 다른 메인보드를 먼저 수리하고 있으니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흔히 접하던 용산 분위기와는 다르게 더컴 업체 직원분은 꽤 친절하셔서 좋았다.

 

용산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기에 연락처를 남기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면서 메인보드는 이상이 없다는 연락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결국 cpu가 고장이라는 건데 cpu도 수리가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cpu를 교체해야 한다면 중고 가격으로 10만 원 이상이 들어가니 이것도 낭패다. 그렇다고 신형 cpu를 구매하면 메인보드도 같이 교체를 해야 하니 그것도 낭패였다.

 

집에 오고 전화가 왔다.

"아! 이거 메인보드 전원부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데 2만 원 듭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 한 통으로 지난 6개월간의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갔다. 거기에 수리 비용도 2만 원이면 꽤 저렴하다. 며칠 후 다시 용산으로 갈 때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분 좋게 메인보드를 챙겨서 집으로 왔다. 내 방 전체에 퍼져 있던 그 내장들을 하나하나 수습해서 케이스로 집어넣고 볼트를 단단히 조이면서 재조립을 마쳤다.

 

전원을 버튼을 누르는 순간 깔끔하게 부팅이 되었다. 그간의 고생이 기쁨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컴퓨터는...

솔직히 이번 일이 없었다면 나는 계속해서 컴퓨터를 구매할 때마다 조립컴퓨터 업체를 이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AS가 편한 브랜드 컴퓨터를 구매하거나 내가 직접 조립한 피씨를 사용할 것 같다.

 

조립업체에서 구매한 컴퓨터는 내가 조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해할 때 꽤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조립한 컴퓨터라면 어떠한 문제로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부품의 보증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조립업체에서 고장에 대한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굳이 그런 업체를 이용할 필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부품들 분해해서 해당 부품 AS 센터에서 서비스 받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할 것 같다.   

A라고 표시된 곳에 THE COM 업체가 있다.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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