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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6일 수요일 비 옴
말을 많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목이 자주 잠겼고 그 때마다 2~3 스푼씩 털어 놓았던 용각산.
이 일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났고 1 통을 다 비웠다.
이제 그만 두던가 용각산을 1 통 더 사던가 해야 할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가 되는 것도 있고 와인처럼 숙성이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가치가 깊어지고 커지는 일이 있을 것이고 단순히 당장 월급은 나오지만 내 살과 뼈와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 소모적인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똑같은 돈을 버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톡 까놓고 예기하면, 지금 하는 일은 일년 동안 내 재정적인 위기를 극복하는데 아주 유용한 것이었지만 소모적인 일에 가깝다. 차라리 비교를 하자면, 한 달에 담배값 정도 버는 이 블로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와인 같은 것일수도 있다.
뭐 여하튼 나는 그런 것도 이제껏 깨닫지 못 하고 벌써 적지 않은 나이가 되버렸다. 앞으로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일을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일이 되었든 취미 활동이 되었든 말이다. 예를 들어서 악기를 하나 배울까 하는 것도 이 악기를 내가 싫증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배우고 연주할 만한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 어머님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 드렸다. 기종은 거의 공짜폰에 가깝게 풀린 프라다3.0. 효요금제로 하면 음성무료통화 30분에 문자 50개 정도인가 무료이고 요금도 9,000원이 안된다. 집에서 와이파이가 되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조금씩 스마트폰 사용법, 인터넷 사용법이나 카톡 등등을 알려드리고 있다.
기존에 피쳐폰을 쓰실 때는 통화, 사진, 메세지 수신. 이렇게 딱 3가지 기능만 사용을 하신 듯하다. 아마 메세지 작성도 잘 못 하셨던 것 같다. 더 나이가 드시면 아예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힐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쓰는 피쳐폰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바꿔 드렸다.
그런데 며칠 알려 드리면서 생각보다 너무 못 배우시는거다. 하나를 알려 드리면 다음 날 하나를 까먹으신다. 컴퓨터 사용을 전혀 안 하신 세대이니 폴더, 메뉴, 파일 개념이 전혀 없으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건 정말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알려드린 방법인데도 다음날 전혀 기억을 못 하신다.
속상한 마음에 몇 번 화가 날 정도였다. 다행히 지금은 그래도 조금씩 배우신 상태다. 친구분들이 좋은 영상이나 사진이 담긴 링크를 포함한 카톡을 보내주시는데 그걸 보고 너무 좋아하신다. 화면을 터치해도 아무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유심히 보니 어머님 손이 예전만큼 곱지 않다. 굳은 살에 갈라진 피부다.
" 엄마, 터치할 때 그 옆으로 하지 말고 손가락 중간 말랑말랑한데로 하셔야 되요"
벌써 11월이다.
지난 번에 잔수를 한 번 세어보았는데, 3병 반까지 마셨을 때 기억이 온전했던 걸로 봐서 아마 4병 정도 넘어가면서 필름이 끊기는 것 같다. 최근에 사무실 전체 회식이 있었다. 3병까지는 괜찮겠지 했는데, 그 정도 마셨겠지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 필름이 끊겼다. 필름이 끊기는 것이 걱정이 되면서도 술을 마시게 되면 마음 한 켠으로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 잊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담배를 끊은 후로 술 맛이 더 좋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에는 2병 반을 넘기지 말아야겠다.
2013년 11월 9일 토요일 흐리다 비 옴
이번 주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쉰다.
오전에 게으름을 부리다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산으로 향할까, 강변의 자전거 전용도로로 향할까 하다가 젖은 낙엽에 혹시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싶어서 강변으로 향했다. 남으로 갈까 북으로 갈까 하다가 북쪽으로 향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대신 낮게 깔리는 대기가 매우 탁했다. 어차피 무리해서 탈 생각도 없었기에 천천히 페달을 돌리는데 날벌레가 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11월인데 날벌레가 있나... 조금 지나면 사라지겠지...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날벌레들은 시속 10km 이상 달리면 결국 눈알과 부딪히게 되는데, 그러면 꽤 간지럽거나 쓰리다. 그 상태가 2~3일을 간다. 그렇다고 보호안경을 따로 돈을 주고 사지는 않는다. 살 돈은 있지만 그 정도 필요성에 의한 물품들을 아무 생각 없이 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미루고 있다.
동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강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차량들이 가득한 시가지이고 날벌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군 기지 뒷 편 오르막길로 향했다. 포장된 도로로 꽤 힘들게 업힐을 할 만한 길을 알고 있다. 오르막길의 초입에서 무거운 기어로 갈 지 가벼운 기어로 갈 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가벼운 것으로 놓고 페달질을 시작했다.
'자 이제 땀 좀 흘려볼까...'
생각하는데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묵직한 빗방울로 바뀐다. 잠퍼에 달린 모자를 뒤짚어 쓰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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