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무제

manwon 2012. 3. 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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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0일


산정호수에 다녀 왔다. 아주 예전에 왔을 때는 별 볼품 없다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 와서 보니 꽤 호수가 크고 주변 산세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사진은 김일성 별장터 앞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찍은 것이다. 산정호수는 1925년 만들어진 인공호수이고 6.25 사변 전까지는 북한의 땅이었다. 최근 뉴스를 보니 포천시에서 김일성 별장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할 예정이라는데,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야. 

호수를 한바퀴 돌고 주차장 쪽으로 향하는데, 음식점 수조 뚜껑 위에 팔뚝만한 잉어 한마리가 팔딱팔딱 거린다. 어쩌다 반쯤 열린 뚜껑 사이로 나온 듯 하다. 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서인지 눈깔에서 괴로움이 느껴진다. 어차피 곧 죽여질 운명이지만 그 전까지는 수조 안에서 편히 있게 해주고 싶었다. 선뜻 내 손으로 잡기는 꺼려져서 문을 열고 주인을 찾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그냥 갈까 하다가 마음에 걸려서 소매를 걷어 부치고 다가서자, 이 놈이 나를 보고 요동 치는 것을 잠시 멈춘다. 요것봐라. 더군다나 또 눈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왠지 " 도와줘서 고마워요" 라는 느낌 & 교감 발생. 앞으로 잉어 먹기 힘들겠다.


며칠 전에 꿈을 꿨다. 전쟁이 났는데 내가 육군참모총장이다. 사방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거나 괴롭게 죽어가는데, 나는 막상 무엇을 지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군복에 별은 몇 개나 달려 있는데. 이것 은근히 악몽이었다. 군대 다시 가는 꿈과 비슷한 레벨. 





2012년 3월 29일 목요일



꿈 기록 1.

사거리에서 전철역을 향해 남쪽으로 걷는다. 북쪽의 한 고깃집에서 나오는 연기가 정남향으로 길게 이어진다. 지하철 역사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얼핏 밑으로 보여지는 역사 안이 온통 깜깜하다.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왠지 모르게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 이 전철역 운행하는 것 맞나요?"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물었고 그 후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역사로 들어오고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전철에 탑승을 하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떤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서로간에 주먹을 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그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게 좋을 듯 싶었다. 그 남자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왼쪽 가슴에 현대정공이라고 오바로크가 쳐져 있었다. 순간 흑백 시야가 컬러로 변했다.



꿈 기록 2.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다. 그 운동장 옆에 몇 동의 연립주택이 있는데 재건축을 하는지 실내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두 들어 내놓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유독 건물의 외벽만 깨끗했다. 초록빛이 도는 하늘색이었다. 



꿈 기록 3. 

어떤 회사에 신입으로 취업을 했다. 아마도 영업직으로 들어간 것 같고 나는 그 회사 건물내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연히 국민학교 동창으로 추측이 되는 놈을 만났다. 그는 정직원이고 나는 계약직인 상황 같다. 내가 먼저 그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그의 이름이 초성이 ㅂㄱ인 것은 확실한데 나머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범구. 범균. 봉구. 봉균 ?

나가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나를 밖으로 이끈다. 출구는 작은 하수구가 상하로 붙어있어서 8자 모양이었는데 그 ㅂㄱ는 귀신이 벽을 통과하듯이 한다리를 길게 뻗어 통과하며 나갔다. 나는 힘들게 머리부터 빠져나오자 그는 곧 사라졌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겠다 생각하고 남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 하늘에 풀벌레 같은 것이 떼를 지어서 북쪽으로 날라간다. 어쩐 일인지 삼다수 샘물 2리터 PET병이 함께 날아가고 있다. 봄 잠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아닌 아주 오래 전 쓰던 피쳐폰이 나왔다. 이게 왜 나오지 하고 주머니를 계속 뒤지니 똑같은 폰만 3~4개가 더 나왔다. 

남남서 쪽 밤하늘에 큰 달이 떴다. 어떻게 달이 저렇게 크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잠에서 깼다. 달 모양을 다시 떠올려봤다. 푸른 바다 위에 양털구름이 군데군데 넓게 퍼져있고 계란 노른자 같은 태양빛이 그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건 달이 아니라 지구였다.



며칠 간에 걸쳐서 나눠서 꾼 꿈으로, 기억나는 부분만 복원을 해 봤다. 방위가 표현되는 경우 현실에서 아는 지역임을 뜻한다.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새벽 01시 15분

.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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