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받고 오시다

대략 한 달 전쯤에 어머니께서 밖에 나갔다 오시더니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 예약을 하고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평상시 같으면 '아유 엄마는 치매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괜찮아요'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잘하셨어요' 했다. 대략 2가지 이유로 어머니께서 치매에 대해서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의 치매 진단

작년에 어머니의 바로 윗 언니, 그러니까 나에게는 큰 이모 되시는 분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 치매 진단을 받기 훨씬 전부터 나는 큰 이모에게 치매가 왔다는 걸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똑같은 용건으로 1시간 사이에 수차례 전화를 다시 거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전화 통화했다는 사실 자체를 바로 잊어버리시는 것 같았다. 큰 이모네 식구들도 그런 증상을 보고 작년에 정밀 검사를 받게 했는데 결국 치매 진단이 나온 것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바로 윗 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기에 충격과 상심이 크셨을 것이다.

 

어머님의 원추리 사건

어머니는 식물 이름을 남들보다 다양하게 많이 알고 계신다. 그런데 몇 달 전 원추리라는 식물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네이버 스마트 렌즈를 이용해서 이 식물의 이름은 '원추리'에요 라고 말씀드리니까 '아 맞다 맞아' 하셨다. 

그런데 그러고 1주일 후에 다시 '얘 만원아, 그때 그 식물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이 나질 않네' 하셨다. 나는 다시 원추리라고 말씀드렸는데 그후로도 대략 한 달 정도에 걸쳐서 무려 5번이나 그 이름을 잊고 내게 물으시고를 반복했다. 어머니가 걱정을 하시길래, '어머니, 치매는 내가 뭘 잊었는지도 모르는 게 치매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나도 이번 일로 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어제 어머니께서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직접 받고 오셨다

그런 사유로 어머니께서 대략 한 달 전에 보건소에 방문해서 치매 검사 예약을 하고 오셨고, 어제가 그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어머니께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라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시며 혼자 가셨다. 그러고 1시간도 채 안 되서 어머니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방긋 웃으시면서 '거의 만점 받고 왔어요' 하셨다. 나도 은근히 걱정했는데 안심이 되었다.

 

보건소에서 받은 치매 검사 항목은 이랬다

어머니께 무슨 무슨 검사 받고 오셨냐고 물었는데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1. 오늘이 몇일, 무슨 요일, 몇 시인가?
2. 보건소 직원이 문장을 말하면 듣고 그대로 따라 말하기.
3. 그 문장을 듣고 주인공은 누구인지, 줄거리는 무엇인지 말하기.
4. 알고 있는 채소, 과일 이름 대기. (이건 어머님 전문 분야라 엄청 많이 답하셨을 듯)
5. 도형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기.

단어를 쭉 듣고 그걸 몇 개나 기억하는가 테스트는 안 했나요 물으니 그건 안 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건 젊은 편인 내가 해도 쉽지가 않더라고. 여하튼 어머님이 은근 걱정하셨는데, 그래도 속 시원히 치매 검사를 받고 오셔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어머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안심이 많이 되었다. 

 

치매 검사 받은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한 보따리

치매 검사를 받은 사람에게 보건소에서 선물 같은 걸 한 보따리 주었다. 참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어머님께서 치매 검사를 마치고 이런 보따리를 하나 들고 오셨다. 보건소에서 준 거라고.

 

안에 내용물들이 알차다. 이건 양말 같다.

 

KF94 마스크도 대략 5개 정도 있고....

 

아로나민 골드도 무려 2 박스나...!!! 

 

노인들 허리, 무릎, 어깨 아픈 것 생각해서 한방고라는 한방파스도 2장 들어있다. 이 정도면 감동이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 

 

치매 예방을 위해서 색칠 공부하라고 색연필도 들어있다.

 

볼펜도 3색 볼펜인데 아주 잘 나온다.

 

전래동화 색칠하기 노트도 있다.

 

어머님께서 색연필로 직접 따라서 색칠한 걸 사진으로 찍어봤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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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치매 예방 교육 1일 차 간단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