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일기 (2019년 이후)/배달대행 알바 도전일기

배민 커넥트 자전거 아르바이트 열한 번째 날 - 오늘도 묶어 배달했다가 산동네에서 고생 좀 하다

manwon 2021. 8. 2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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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6일 월요일 - 배달대행 알바 도전 일기


1월 24, 25, 26일이 설 연휴라 1월 24, 25일은 배민 커넥트 배달도 전체 휴무였다. 다행히(?)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6일은 배달이 가능해서 전철을 타고 배달 지역으로 출발했다.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11시 20분에 전철 탑승, 배달 지역에는 12시 넘어 도착했다. 비교적 날씨가 청명해서 기분이 꽤 좋았다. 

첫 배달은 초밥집이었다. 대단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2층에 위치한 초밥집인데, 배달 시작 후 오늘까지 3번 방문한 집이다. 이렇게 익숙한 음식점은 픽업하러 갈 때 헤맬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다. 이 일을 오래 하면 대부분의 음식점 위치에 익숙해지겠지.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초밥은 대개 부피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배달하기도 참 좋다. 

두 번째 배달은 샤부샤부집이었다. 연휴라 가족 전체가 식사할 양인지 꽤 무거웠다. 부피도 큰 편이라 배달 가방에 넣으니 꽉 찼다. 허리 쪽으로 무게감도 느껴지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주행하며 배달했다. 

세 번째 배달은 돈까스집이었다. 배달 시작하고 네 번째 날에 네비게이션에서 픽업지를 선택하고 음식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전달지를 선택하고 음식점을 찾아가서 엄청 헤맸던 그 집이다.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위치가 어딘지 바로 알 정도로 이 집도 배달이 꽤 많은 집이다. 음식을 픽업하고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빌라로 배달했다. 

네 번째 배달은 디저트 카페였다. 세 번째 배달을 마친 곳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다, 처음 방문하는 카페라 평소보다 조금 페달을 빨리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를 찾을 때 조금 헤맸다. 내가 배달하는 지역은 전철이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전철은 북에서 남으로 가로 지르기 때문에 동서로 이동할 때는 지하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지하차도 자체가 자전거로 통과하기 좀 위험한 것도 있고, 더 큰 애로점은 지하차도가 몇 개 없어서 길을 잘못 선택하면 빙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해당 지리를 잘 알면 큰 문제가 없는데, 나처럼 지리를 잘 모를 경우에는 무턱대고 지도만 보고 목적지로 접근했다가 근처에 지하차도가 없어서 목적지 바로 코앞에서 다른 길로 빙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는 거지.   

다섯 번째 배달은 짬뽕집이었다. 처음 가는 곳이기도 하고 주택가에 위치한 곳이라 찾을 때도 살짝 헤맸다. 그래도 늦지 않게 음식점에 도착했다. 음식을 픽업하려고 하는데, 가게 여사장님이 약간 싫은 표정을 짓는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짬뽕 배달 나갔다가 음식이 엉망이 됐는데...
이거 취소해주시고 오토바이로 새로 불러주세욧!!"

순간 난감해졌다. 왜냐면 배차를 취소하고 새로 요청한다든가 하는 걸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배민 커넥트 앱을 열고 이리저리 살피는데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잘 배달하실 수 있겠어요??"
"아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겠습니다"

넉살을 좀 부리며 가게를 나섰다. 짬뽕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허리를 최대한 꼿꼿이 세운 채 달렸다. 12분 정도 달려 강을 건너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무뚝뚝한 어떤 여자의 집으로 무사히 배달을 마쳤다. 온 등판이 땀으로 다 젖었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밀려왔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구청 근처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먹었다. 헬멧을 벗으니 땀에 젖은 머리가 엉망이다. 바로 옆 산책로로 30대 남자와 그 남자의 아이가 함께 걸어 지나갔는데 조금 뻘쭘한 기분이 들었다. 삼각김밥을 모두 먹고 자전거 페달을 다시 돌리자 까닭도 없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강을 건너 전철역 인근 먹자골목 주변으로 왔다.

여섯 번째 배달은 초밥집이었다. 처음 가는 음식점이었지만 자주 다니는 대로변에 위치한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간 후 5분 정도 기다린 후 음식을 픽업했다. 8분 정도 달려서 작은 아파트 단지에 배달을 완료했다. 이후 한동안 콜이 들어오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스포츠 음료도 사서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 6시가 가까워지는 순간 배민 앱에 2개의 콜이 연달아 떴다. 또 다른 초밥집과 닭집이었는데 음식점도 비슷한 위치였고 무엇보다 전달지 2곳의 위치도 같은 방향이었다. 전달지 2곳이 산동네 쪽이라 살짝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이 2개의 콜을 묶어가자는 유혹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일곱번 째 배달과 여덟 번째 배달을 묶었다. 과연 이 미션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가슴이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일단 초밥집으로 먼저 향했다. 이 초밥집은 처음 방문하는 곳이지만 자주 다니던 대로변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 초밥집은 조리 대기 시간이 그렇게 긴 편은 아니었다. 길어야 10분, 보통 5분 이내? 그렇기에 이 초밥집에 방문하자마자 음식을 건네받고 살짝 오르막길로 500미터를 주행하면 닭집이 나오는데, 거기서 다시 치킨을 건네받고 10분 정도 달려서 산동네 초입에 있는 빌라에 초밥을 건네주고, 거기서 한 500미터 떨어진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빌라에 치킨을 전달하면 임무 완성이었다.  

그런데 나의 야무진 계획을 비웃듯 이 초밥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초밥집 사장님은 매우 허둥대는 표정과 행동이었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뭔가 단단히 심통이 난 듯한 표정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아르바이트생의 느긋한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결국 음식은 내가 초밥집에 도착한 지 35분이 훌쩍 지나서야 나왔다. 이미 내 입은 바짝바짝 마른 상태였다. 가방에 초밥을 허겁지겁 싣고 치킨집을 향해 다시 무서운 속도로 페달을 돌렸다. 심장과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우한 폐렴 때문에 착용한, 이미 축축이 다 젖은 KF94 마스크는 내 들숨날숨 때마다 펄럭 펄럭 소리를 냈다. 마스크만이라도 좀 벗고 달리면 숨이 덜 찰 텐데.... 다행히 치킨집 사장님은 왜 이렇게 늦었냐는 소리 없이 미리 준비해 놓은 치킨을 바로 건네주었다. 이제는 초밥 주문한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져서 비슷비슷한 모양의 빌라들이 여러 개 모여 있는 지역이라 집을 찾는 데 아주 애 먹었다. 반지하 현관문을 열고 사각 팬츠와 러닝셔츠만 걸친 중년 남성이 초밥을 건네받았는데 인자하게 웃으며 '수고했어요' 하니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이제는 치킨만 전달하면 됐다. 다시 힘을 내서 전달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의 급경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동네가 산 동네인 건 대충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한참을 달려 빌라 4층으로 올라가 벨을 누르니 30대 남자가 손만 내밀어 치킨을 받아갔다. 빌라 계단을 내려와 현관 앞에 세워둔 자전거에 허리를 숙여 몸을 기대고 한동안 '헉헉' 댔다. 바로 지난번 배달에서 처음으로 묶은 후 다시는 묶지 말자고 결심했었는데, 그걸 어긴 대가가 꽤 컸다. 체력은 거의 방전됐고 멘탈도 살짝 나간 상태였다. 그때 콜이 또 들어왔다.  

직선거리 1.6km의 콜이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 더 하고 집에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이 들었다기 보다는 욕심이 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그땐 이미 날도 어두웠는데 말이야. 육신은 욱신욱신 쑤시고 입에선 단내가 올라왔다. '이것 하나만, 이것 하나만이다' 생각하며 배차를 받았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지도를 살피는 순간 아차 싶었다. 중간에 산이 있어서 빙 돌아가야 하는 코스였다. 자전거 길로 대략 4.5km를 달려야 음식점에 도착하게 되는 콜이었다. 맙소사! 이럴 때는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채 페달만 돌리는데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 소리만 연신 났다. 한참을 달려 음식점에 도착했다. 그나마 음식점을 쉽게 찾은 건 다행이었다. 덮밥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픽업하고 대략 1km 떨어진 대단지 아파트로 아홉 번째 배달을 완료했다. '이제 정말 그만... 더 이상은 와따시가 무리데스' 생각하며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또 콜이 떴다. 어? 이건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전철역 바로 옆에 있는 돈가스집 배달이네? 오늘 세 번째로 배달한 그 돈가스집이다. 게다가 전달지도 바로 옆 아파트! 잠시 고민을 했지만 역시나 욕심의 승리. 배차 버튼을 꾹 눌렀다. 그렇게 열 번째 배달을 마치고 매우 매우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복귀했다.

오늘 수입은 48,000원. 배달 10건에 앱에 표시된 주행 거리는 14.4km. 실 주행거리는 대략 45km 정도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오전 11시 25분경 전철을 타고 배달지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1,000원 짜리 삼각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날씨가 좋으니 배달도 기분 좋게 하고~

 

아까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먹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좀 쳐다봐서 좀 그렇긴 했는데, 꿀맛이네...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서 스포츠 음료도 한 병 샀다. 오늘 돈 좀 쓴 날이다.

 

한동안 저 물병에다 생수 채워 놓고 다녀야지 생각하며 룰루랄라 하며 사진도 찍고.

 

이 사진은 초밥집이랑 닭집이랑 묶었다가 초밥집에서 30분 넘게 기다리고 여차저차 고생 좀 하다가 마무리로 급경사가 꽤 있는 산동네 빌라에 치킨 배달을 막 마친 상태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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