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일기 (2019년 이후)/배달대행 알바 도전일기

배민 커넥트 자전거 아르바이트 열 번째 날 - 처음으로 묶어서 배달했는데

manwon 2020. 10. 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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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3일 목요일 - 배달대행 알바 도전 일기


오늘은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배달했다. 일단 결과부터 얘기하면, 배달 10건에 총 4만 2천 원을 벌었다. 평소보다 동서남북으로 넓게 배달했고 선호, 비선호 지역 가리지 않고 그냥 콜 뜨는 대로 배달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내가 오늘 처음으로 묶어서 배달을 해 봤다는 거다. 원래는 배달 품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무조건 '픽업->배달->픽업->배달'로 진행했었는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한 번 시도해 보게 됐다. 그 얘기를 일단 아래에 좀 적어 보겠다.

 

일반 자전거로 '픽픽배배' 묶는 게 가능할까?

자 위 사진을 보자. 먼저 1번 햄버거 전문점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민 앱에 새로운 콜이 떴다. 현재 내가 대기하고 있던 햄버거 전문점 바로 옆에 있는 3번 커피 전문점 콜이었다. 그런데 그 커피를 배달해야 할 전달지인 4번 커피 시킨 집이 또 바로 근처다. 

한 번 묶어서 배달해 볼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원래 내 스타일 대로 하면 1번에서 햄버거를 받고 2번으로 햄버거를 전달하면 끝이다. 이런 경우 3번 커피 전문점 콜은 내가 잡을 수도 없고 잡지도 않는다. 왜냐면 1번에서 2번까지 가는 배달을 처리하는 동안 3번 콜은 다른 배달원이 그 콜을 잡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2번으로 가서 배달을 완료하고 그 자리에서 전혀 새로운 콜을 기다리게 되는 거지. 이런 가장 초보적인 스타일을 '픽배픽배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음식점에서 업하고 가정으로 달하고를 계속 반복하는 셈이다. 이런 픽배픽배 스타일의 장점은 일이 단순하고 중간에 동선이 꼬이는 등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는 거다. 단점은 콜을 많이 잡지 못하기 때문에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에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경우는 어떤 건을 배달하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새롭게 뜨는 콜이 있으면 그 콜을 일단 잡고 본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자신의 배달 건을 많이 확보한 후에 음식 나오는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서 픽픽배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배달하게 된다. 오토바이는 기동성이 좋아서 그게 가능하다. 하지만 욕심을 부릴수록 배달 품질은 떨어지고 고객은 찬 음식을 받게 되는 거다. 

다시 내 경우로 돌아와서 3번과 4번이 1번에 가깝게 붙어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묶어서 배달해 볼까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냥 맘 편하게 1번에서 2번으로 가고 새로운 콜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1번에서 햄버거 픽업하고 3번으로 가서 커피 픽업하고 4번으로 배달 갔다가 2번으로 배달 가는 픽픽배배의 방법을 쓸 것인가 순간 고민하다가 결국 3번 콜의 배차 수락 버튼을 눌러버렸다.

1번 햄버거 전문점에서 받은 햄버거를 배달 가방에 넣고 3번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서 살짝 꼬이기 시작한다. 원래 대로라면 5분 안에 커피와 디저트가 나와야 하는데 10분이 훌쩍 지나서야 나온 것이다. 가방 안에 햄버거는 식고 있을 텐데 말이다. 부랴부랴 4번 커피 시킨 집으로 출발했다. 마음은 조급하고 입술은 마르기 시작하는데 아파트 동 찾는 게 쉽지 않다. 대단지 아파트였고 동과 동 사이를 지나는 길이 자전거가 오르지 못할 턱으로 되어 있었다. 자전거에서 올랐다 내렸다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배달을 완료할 수 있었다. 

자 이제는 2번 햄버거 시킨 집으로 출발해야 한다. 배달 예정 시간이 몇 분 안 남은 상태였다. 거리는 2km로 꽤 먼 편이다. 중간에 신호가 많아서 걱정이다. 미친 듯이 페달을 돌리며 질주했다. 물론 배달 예정 시간에서 몇 분 늦어도 고객이 별도의 클레임을 걸지 않는 한 내가 받는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내 성격상 내가 배달한 음식이 식은 채로 전달되는 건 아무래도 불편했다.

처음으로 묶은 배달을 제대로 완료했다. 결과적으로 1시간에 2개 배달할 걸 3개 배달한 셈이다. 결국 3~4천 원 더 벌자고 이 고생을 한 셈인데,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묶어서 배달하지 말자"

일단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체력적 소모가 너무 크다. 마음은 급한데 자전거로 나가는 속도는 한계가 있으니 무리한 운행을 하게 된다. 몇 천 원 욕심 내다가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 싶고 무엇보다 내가 배달한 음식이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식어서 전달되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 수입은 10건 배달에 42,000원 수입이다. 총거리 10.8km. 

아래는 오늘 찍은 사진 몇 장.

 

배달하다 찍은 사진. 

 

중간에 쉬면서 찍은 사진.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처음에는 V20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나왔는데 2시간 정도 배달하면 배터리가 방전 일보직전까지 가더라. 배민 배달앱이 배터리를 꽤 먹는 것 같다. 그래서 V20 배터리를 하나 더 가지고 다녔는데 4시간 이상 배달하면 그 여분 배터리도 다 쓰게 되더라. 

그래서 요새는 샤오미 보조 배터리까지 챙긴다. 배달하는 동안 샤오미 보조 배터리로 여분의 배터리를 충전해 놓고 계속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배달할 때 음식물이 넘어지지 않도록 뽁뽁이와 페트병을 넣고 다닌다.

 

전철역 매점에서 산 아카페라 바닐라라떼. 달아서 좋았다.

  

요새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서 배달하는 내내 KF94 마스크를 쓴다. 자전거 탈 때 숨 차는 건 둘째 치고 마스크 안이 너무 금방 축축해져서 참으로 곤란하다.

현재 배달할 때 마스크 1개 사용하고 전철 타고 집으로 올 때는 새 것으로 교체해서 착용한다. 결국 하루에 마스크 2개를 쓰는 셈.

 

집에 도착했다. 어머님이 만드신 식혜를 마시니 기운이 솟는다.

 

저녁으로 닭강정도 먹었다. 오늘 하루 힘든 만큼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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