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일기 (2019년 이후)/배달대행 알바 도전일기

배민 커넥트 자전거 아르바이트 여섯 번째 날, 실제 주행거리 대비 수입에 대한 생각

manwon 2020. 8. 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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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3일 월요일 - 배달대행 알바 도전 일기


오늘도 오후 늦게 집에서 나왔다. 전철 타고 이동해서 배달지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 정도. 날씨도 그렇게 춥진 않았고 하늘도 꽤 청명한 편이었다. 

첫 번째 배달은 부리또인이라는 가게였다. 전달지는 직선거리로 대략 1km 정도 거리의 아파트다. 실제 주행거리는 1.8km로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다. 내비게이션에 나온 코스를 딱 보니까 ㄱ자 스타일이다. 오르막길로 한참 올라가다가 나머지 전달지까지 쭉 내리막길. 근데 이 오르막길을 예전에 한 번 오른 적이 있는데 허벅지가 꽤 괴로웠다. 평소 운동으로 자전거를 탈 때는 오르막길을 꽤 즐기는 편이다. 허벅지가 땡땡 해지는 느낌을 좋아해서인데, 그건 취미로 탈 때 이야기이고 일을 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시간에 늦지 않게 배달하려면 속도도 떨어지고 체력도 방전시키는 오르막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에 나온 코스 말고 대각선으로 가면 골목길이긴 한데 대부분 평지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예상 적중. 같은 이름의 아파트가 1차 2차 이런 식으로 한데 모여 있어서 처음에 아파트를 찾을 때 조금 헤맸다. 

두 번째 배달은 지지고 음식점이었는데, 첫 번째 전달지에서 엄청나게 먼 곳에 위치한 음식점이었다. 중간에 다리도 건너야 되고 끝에서 끝이라 그렇다. 나중에 지도상으로 측정해 보니 5km가 나오더라. 그래도 조리시간이 충분히 넉넉한 편이라 배달을 수락하고 출발했다. 다행히 전달지는 7~8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의 아파트였다. 

세 번째 배달은 연안 식당이란 곳이었는데, 밥과 찌개류가 많아서 그런지 음식 봉투를 들었을 때 꽤 무겁게 느껴졌다. 전달지도 그렇게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중심을 잡으면서 다리로는 빠르게 페달질을 하며 달렸다. 

네 번째 배달은 만두집이었는데 전달지까지 거리가 배민 앱 상에서 1.1km 나왔다. 그렇게 멀지 않구나 생각을 했는데.... 맙소사 실주행거리는 3.8km 정도 되는 거리였다. 코스도 강 건너고 다리 건너야 되는 코스. 배민 앱에서 나오는 거리는 음식점에서 배달지까지의 지도상 직선거리만을 표시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는 그것의 2배 정도 나온다고 보면 얼추 맞는데, 이번 배달처럼 다리를 건너야 할 때는 그 실제 주행거리가 말도 못 하게 늘어날 때가 있다. 

자 위 그림을 보자. 네 번째로 배달한 코스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린 거다. 그림 왼편의 위아래로 난 파란색 줄이 강이다. 그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직선거리는 1.1km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다리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노란색 점선으로 무려 3.8km나 이동할 수밖에 없다.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강을 건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리라는 제약이 있지 않은 일반 도로에서는 직선거리가 1.1km면 실제 주행거리는 대충 2km 정도 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건 배달수수료를 산정할 때 실제 주행거리로 계산해 주는 게 아니라 지도상 직선거리로 계산해 준다는 거다. 

다섯 번째 배달은 음식점이 위 네 번째 음식점 부근에 위치한 다른 초밥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전달지가 좀 전의 그 네 번째 아파트랑 동일한 아파트였다. 쉽게 얘기해서 4,5번 콜이 연달아 똥콜로 들어온 거다. 생각을 해 봐라. 네 번째 배달에서 도착지에 도착하고 배달을 완료했을 때도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컸는데, 다섯 번째 배달을 하러 음식점을 가야 하는데 다시 다리를 건너서 뺑 돌아서 출발지 부근으로 와서 음식을 픽업해야 했고 다시 다리를 건너서 삥 돌아서 그 아파트로 배달을 해야 했던 거다. 물론 이 경우도 직선거리로는 짧게 나와서 배달 수수료도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고 말이다. 

날도 어두워지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배달하고 약간 현타가 와서 집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오늘은 5개를 배달하고 2만 1천 원을 벌었다. 물론 수수료 제하기 전이다. 앞으로 그날 번 금액을 말할 때 수수료 제하기 전 금액으로 표시할 거다. 그것까지 기록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말이다. 여하튼 2만 1천 원을 벌기 위해서 실제로 자전거를 몇 km를 주행해야 했는가가 궁금해서 집에 와서 네이버 지도로 동선을 일일이 체크하며 거리를 적산해 봤다. 

 

위 사진에서 붉은색 박스로 표시한 21.08km이 내가 오늘 자전거로 실제 주행한 거리다. 밑에 2.3km는 배달을 마치고 전철역까지 주행한 거리다. 결국 오늘은 최소 24km를 주행한 셈이다. 하지만 배민 앱 상에서는 음식점과 전달지 간의 직선거리만 나오기 때문에, 오늘 내가 주행한 거리는 대충 7~8km 정도라고만 나온다. 그러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어~ 자전거로 7~8km 주행하고 2만 1천 원이면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실상은 아래와 같다.

1. 1번 음식점-> 1번 전달지
2. 1번 전달지-> 2번 음식점
3. 2번 음식점-> 2번 전달지
4. 2번 전달지-> 3번 음식점
5. 3번 음식점-> 3번 전달지
6. 3번 전달지-> 집 혹은 전철역

만약 3개의 배달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고 가정하면 배민 앱에서는 1,3,5에 해당하는 건만 직선거리로 적산되는 거고, 2,4,5 같은 경우, 즉 배달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음식점으로 가는 길은 주행거리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배민 앱에서는 주행거리가 7~8km 나오고 2만 1천 원을 번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21km 정도를 주행하고 2만 1천 원에서 수수료 3천 원 정도를 제한 1만 8천 원 정도를 번 셈이 된다.

현재 본인은 묶어 가는 식의 배달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자전거로 배달을 하면서 능력 좋은 분들은 요령껏 잘 묶어서 배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럴 경우에는 주행거리 대비 수입이 내가 말한 것보다 훨씬 올라갈 거다. 즉 거리 대비 수입이 더 좋아질 거라는 거지. 하지만 나는 자전거로 묶어서 배달할 자신은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오토바이라면 음식을 묶어 배달하는 게 가능할 수 있어도 자전거로 그렇게 한다는 건 정말 체력이 월등히 좋고 그 지역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배달 콜이 화면에 뜨면 0.5초도 안 되어서 사라지기 때문에 그 배달 건이 어떤 배달인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배달 수락을 누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동선까지 파악해서 묶을 수 있는 배달인지 그렇지 않은 배달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는 건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결국 묶지 않고 무조건 픽업-배달-픽업-배달 이런 식으로 맘 편하게 배달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2만 원 이상 벌려면 자전거로 평균 하루에 최소 15km 이상은 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20대, 30대 초반이면 모를까 내 경우 매일 자전거를 15km 이상 타는 게 관절과 근력 차원에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샤방샤방 평지로 주행하는 게 아니라, 매연 가득한 도심지와 중간 중간 오르막길과 비포장 도로가 산재한 그런 코스로 15km라는 거다. 그러면 하루 쉬고 하루 배달하고 그런 식으로 중간에 휴식기를 가지면서 배달을 하면 한 달에 15일 배달을 할 수 있다는 건데, 하루에 2만 원 번다고 하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벌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전기 자전거가 이런 배달을 할 때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

 

배달 중에 찍은 사진.

 

집에 가는 전철 안. 사람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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