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일기 (2019년 이후)/배달대행 알바 도전일기

배민커넥트 알바를 하면서 따릉이는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다

manwon 2020. 5. 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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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5일 일요일 - 배달대행 알바 도전 일기

일요일 점심으로 김치전을 먹었다. 오늘 할 일은 블랙캣 자전거를 내가 배달할 지역의 구립 도서관 자전거 보관소에 묶어 놓고 오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만 자전거로 배달해서 용돈을 벌 수 있는 배민 커넥트는 나에게 정말 꼭 필요한 아르바이트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동네는 배민 커넥트가 없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동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1. 집
2. 미니벨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 전철역에 도착
3. 약 40분 정도 전철 탑승
4. 배달할 지역의 전철역에서 하차
5. 블랙캣 자전거를 묶어 놓은 구립 도서관까지 따릉이를 타고 이동
6. 구립도서관에 도착 후 따릉이를 다시 거치해 놓고 블랙캣 자전거로 일 시작!

집에서 일터까지 가는 데만 1시간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원래 이 일은 하면 안 된다. 나도 안다. 오고 가는 데에 따른 시간 낭비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왜인지.... 자전거로 배달을 해 보고 싶고, 그 노동으로 얼마간의 용돈을 마련하고 싶다는 고집이 당최 사라지질 않는다. 하다가 정 힘들면 제풀에 지쳐 관두지 않을까 싶다.

일단 오늘 할 일은 앞서 언급했듯이, 블랙캣 자전거를 구립 도서관에 묶어놓고 오는 거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첫 배달을 시작할 예정이다. 

 

벌써 깜깜한 저녁이다. 동네 지하철역으로 왔다. 저 멀리 서 있는 블랙캣의 모습에서 고독이 느껴진다.

 

전철을 타고 이동. 일요일 저녁이라 전철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원래는 전철 칸 한쪽 끝에 자전거를 놓아야 한다. 처음에는 한편에 세워 놓고 자리에 앉았는데, 자꾸 자전거가 넘어져서 그냥 내 앞으로 가져와서 손으로 잡고 이동했다. 전철 안 사람은 점점 더 빠져서 결국 한 칸에 2명만 남은 상태에서 하차했다.

 

전철역에서 나온 후 구립 도서관까지 블랙캣을 타고 이동했다. 시간을 재보니 이것만 대략 10분 정도 걸리네. 아무리 생각해도 일터까지 이동하는 게 너무 비효율적인데.... 일단 시작하면 차차 좋은 방법이 나올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마 전철역에서 구립 도서관까지 따릉이 거치대가 바로 옆에 각각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전철역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다니면 편할 텐데, 아무래도 전철에 놓고 다니면 도난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CCTV가 있는 구립 도서관에 자전거 거치대를 이용하려는 거거든. 

구립 도서관에 자전거를 거치하는 사진은 못 찍었다. 자전거 보관소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으려면 후레쉬를 켜야 할 정도였는데, 이러면 CCTV가 있어도 무의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생각이 복잡해지네....'

 

일단 집에 가자 생각에 이제는 따릉이를 타고 전철역으로 향한다. 이때 아차 싶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그게 뭐냐면....

애초에 배달 자체를 따릉이로 하려 했었지. 근데 따릉이를 이용해서 배달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배달은 내 블랙캣 자전거로 하고 중간 이동할 때만 따릉이로 이동하려는 게 내 계획이었지. 그런데 지금 집에 가기 위해서 전철로 향하는 따릉이 안장 위에서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어떠한 그림은.... 

따릉이 위에 배민커넥트 가방과 배민커넥트 민트색 헬맷을 타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누가 보면 따릉이를 타고 배달 알바를 하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잖아? '배달 마치고 전철 타러 가는 중이에요'라고 가방에 써붙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누군가가 신고를 할 텐데....

 

결국 구립 도서관에 자전거를 묶는 계획은 실패. 일단 내일 다시 이리로 와서 자전거로 배달을 해보고, 집에 갈 때는 그냥 전철역에 묶고 가야 하려나.... 에라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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