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일기 - 승자의 뇌 ~34페이지 ▒
일단 표지며 목차를 대충 훑어 보았다.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겨본 놈이 또 이기게 된다'로 예상된다. 승리의 맛을 아는 사람이 다음 경쟁에서도 승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여러 사례와 연구결과를 제시해 가며 쓰여진 책으로 보여진다.
제목 한 줄로 사람을 사로잡고 막상 책을 펼치면 그랬다더라 이랬다더라 정도의 글로 페이지만 잔뜩 늘린 자기계발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집었는데 저자 소개 부분 몇 줄을 보니 이 쪽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뇌과학자, 신경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이 저자다. '네이처', '브레인' 등의 과학저널에 2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니 저자의 전문성은 기대 이상.
책은 '왜 누구는 성공을 하고 누구는 실패를 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아들 파울로 피카소, 미켈란젤로, 그리고 장 폴 게티라는 억만장자와 그 자손들에 관한 사례를 제시하며 그 의문에 대한 해답에 접근하려 한다.
일단 결론부터 예기하면 파울로 피카소와 장 폴 고티의 자손들은 실패한 인생을 살았고 미켈란젤로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성공한 인생의 기준이라는 것이 애매한데 여기서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생을 마감했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삶을 소비하는데 그쳤는가로 본다. 단적으로 미켈란젤로는 방탕한 생활로 경제적으로 항상 궁핍했으며 그가 즐겨 가는 매음굴 거리에서 그에게 원한이 있는 누군가가 사주한 자객에 의해서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떠돌다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병자수용소에서 사망을 한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자신의 천재적인 역량을 충분히 펼쳤다고 보기에 성공한 인생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 파울로 피카소는 아버지 파블로 피카소의 그늘 밑에서 심부름꾼 같은 일로 생을 허비하다 54세에 사망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파블로는 '너는 그저 나의 물건이다'라는 식의 모욕을 주기도 했다. 저자는 파울로 피카소의 실패한 인생을 첫번째 예로 들었는데, 그 의도는 유전자와 성공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즉 유전자가 한 사람의 사소한 습관부터 크게는 인생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면 파울로 피카소는 천재적인 화가 피카소의 아들이므로 그와 유사하게 성공적인 삶을 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으므로 유전자 외에 더욱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나간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세계적인 심리학자가 쓴 내용치고는 논리적 빈약함이 느껴졌다. 즉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아버지의 자식이 반듯이 훌륭한 유전자를 아버지만큼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파울로 피카소가 아버지 파블로 피카소의 성공유전자를 가지지 못했다고 가정하면 파울로 피카소의 실패한 인생은 오히려 더욱 더 유전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의 추가적인 사례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파울로 피카소가 아버지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서 그것을 꽃피우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떠한 분야에서 실패를 했다면 '유전자보다, 혹은 그와 대등하게 중요한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논리전개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다.
파울로 피카소의 사례 다음으로 미켈란젤로 그리고 장 폴 게티와 그의 후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켈란젤로가 테니스장에서 살인을 하고 죄인의 신세로 도망을 치다 사면을 받기 위한 여행을 하던 중 얼굴에 자상을 입는 테러를 당하고, 사면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그의 그림들을 잃어버리면서 결국 쓸쓸하게 병자수용소에 젊은 나이로 사망하는 사례는 참 재미있는 내용들이었다. 또한 억만장자 장 폴 게티와 그의 아들 장 폴 게티 주니어, 손자 존 폴 게티의 사례도 굉장히 재밌는 편이다. 그런데 독서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내가 읽기에 조금 답답했던 부분은 한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그로 인해서 딱 떨어지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 사례로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나중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자는 식으로 미룬다는 것이다. 또한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사례들을 장황할 정도로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주장을 전개하는데 이런 세세한 내용까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일단 재미가 있어서 계속 읽게는 되는데 읽다보면 지금 무슨 주제의 무슨 흐름을 타고 있는지 꽤 헷갈리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 후로도 책은 수많은 연구결과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진행되는데 그때마다 미적지근한 결론을 내리고 계속 다음 사례, 연구결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입에 음식을 넣고 삼키고 다음 음식을 넣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넣고 반쯤 씹다가 삼키지 않은 채로 다음 음식이 입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독서초보인 나에게 부족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일단은 독서를 계속 하는 중이다.
독서일기는 가볍게 쓰려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오늘은 이만 줄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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