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도전 (2019년 이전)/02 금연 프로젝트 성공

그 잘난 정신력은 어디로 가셨을까? 금연 36일차

manwon 2011. 4. 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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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후 한달이 지나고 담배 꿈을 꾸다.



먼저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예기 중에 담배 꿈을 꾸게 된다는 예기가 있습니다. 꿈 속에서 담배를 참지 못하고 한 대 폈는데 엄청 맛있었고, 바로 후회를 하지만 잠에서 깨고 보니 꿈이었더라.. 정도의 담배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는 금연 후 2-3주 정도 되었을 때인가 깜빡 졸았었고 무의식 중에 유사한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밤 숙면을 취하던 중 제대로 담배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에서는 제가 현재 금연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맛있게 담배 한 대를 피고 생각해보니 "아차! 나 금연 중이었지 !!! " 라는 자각과 함께 엄청난 억울함과 후회감을 느꼈습니다. 잠에서 깨고 다행히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금연 목캔디

어느덧 목캔디가 4통. 그나마 다 먹어갑니다.
저는 원래 캔디,사탕,껌류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니 도저히 입이 심심해서 견딜수가 없더군요.
목캔디는 어쩔때는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가도 어쩔때는 별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그때 그때 달라요.

금연 은단

그래서 영입한 신무기.
은단입니다.

금연을 위한 목캔디와 은단

요..... 놈과 요.....놈을 함께 입에 털어놓으면..
마치 박하맛 담배를 피는 것 같은 느낌이 1퍼센트 정도 나는 것 같습니다. 세일럼.. 유노우?
하루에 2-3번 정도 위기 상황시 시전하고 있습니다.


금연 36일차 달라진 점 外..


금연 36일차 시점에서 느껴지는 변화입니다. 금연을 준비하시는 분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흡연욕구에 대한 느낌입니다. 금연 후 3-4일차까지 흡연욕구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 그 후로는 간단하게 표현하면 참을만합니다. 자잘한 흡연욕구들 혹은 담배타임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 수준이 됩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담배를 피는 행위가 참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고 시간낭비를 많이 하게 되는 거추장스러운 행위였구나 하는 수준까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와 다르게 오전 내내 혹은 오후 내내 신체컨디션이 저조하면서 담배생각이 은근히 장시간 계속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뒤돌아보면 칼을 든 강도를 본 느낌처럼 깜짝깜짝 불쑥불쑥 강한 흡연욕구가 튀어나올 때도 있습니다. 좀 더 요약해서 표현하면 흡연욕구는 참을만하지만 그때 그때 달라요.. 정도 되겠습니다.

저 아님.

체력 혹은 신체, 정신에 관련된 느낌입니다. 일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듯이 체력이 좋아졌다는지 하는 것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기록상으로는 조금 더 떨어진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제가 자전거전용도로에서 40분 정도 주행시 평속이 26~27km 정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측정을 해보니 평속이 24km 정도가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금연을 해서 체력이 더 떨어졌다는 말씀은 아니고, 평상시 주행을 할 때 제 한계 체력의 70~80퍼센트를 이용해서 하는데, 금연을 해서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지속이 되니 저도 모르게 한계 체력의 60~70퍼센트만 쓰며 샤뱡샤방 라이딩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외 자잘한 것들은 혓바늘이 요새 좀 자주 돋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금연으로 인한 일시적 증상인지, 그와 무관한 계절적 혹은 다른 원인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약한 몸살기운이 예전보다 자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기력증이 도지기도 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금단증상의 일종으로 생각되어집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불면증 관련 문제입니다. 이전 금연일지에도 금연 후 불면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씀을 드렸었죠.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면 제 불면증은 잠자리에 들어도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잠들어도 1시간~2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는 증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연을 성공하고 나서 깨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저녁을 먹고 잠시 눈 좀 붙이려고 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잤습니다. 저녁 7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무려 12시간을 수면을 취한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2번 정도는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기는 했습니다만 예전 같으면 이렇게 긴 시간 숙면을 취하는 일은 몇 십년동안 거의 없었던 일입니다.


담배란 놈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


금연? 까짓것 담배 안 피면 되는 쉬운 것 아냐?

위의 풀 뜯어먹는 소리는 제가 어렸을 때 담배를 끊지 못 해 쩔쩔매는 어른들을 보고 했던 말입니다.

좋았어! 내가 담배에 중독되고 나서 담배를 끊어보겠어 후후후!

위의 소리는 제가 처음 담배를 피게 되면서 하게 된 생각입니다. 그 당시에는 '세상아 덤벼라'라 정도의 말은 쉽게 내뱉던 건강함이 넘치던 20대(10대후반??)였습니다. 그 때는 내 자신의 건강능력만큼 내 자신의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때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담배가 긴 시간 동안 저를 구속하는 족쇄가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간에 담배를 끊으려 나름대로 수차례 노력을 했지만 백전백패를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잘난 정신력은 어디 가셨을까요?

비흡연자의 신체가 정신력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각오라는 정신만 필요하지만, 흡연자의 신체가 정신력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니꼬친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잘난 정신력을 이용해야 금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신력을 사용하려면 담배를 펴야 정신력이 또릿또릿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요것 한대만 피고 끊어야지를 수십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금연 기간 동안 체력이 떨어지면 흡연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실패하는 확률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금연을 위해서 정신력이라는 것도 필수가 되겠죠. 하지만 흡연이라는 것이 무섭고 금연이라는 것이 힘든 것이 체력을 떨어트리고 정신력을 볼모로 잡아 가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담배에 속고 있다 !


이 단락은 청소년들 혹은 예비흡연가들에게 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담배를 끊지 못해 힘들어하는 어른들을 보고 어린 시절 저는 생각하기를...

"아니 담배를 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길래, 끊지 못해서 저리 힘들어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담배를 펴도 기분이 그렇게까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단 그것을 못 피게 될 경우 기분은 지옥처럼 힘들어집니다. 제가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했던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담배의 쾌감과 금연의 고통이 비대칭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씀을 드려서 좋아하는 반찬을 못 먹게 되면 그 좋아했던 만큼 괴로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치입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이 담배라는 놈은 쾌감을 1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통제당할 때 느끼는 고통은 10을 훌쩍 넘긴다는 점입니다. 건강적인 손실까지 합친다면 더 하겠죠.

즉 흡연은 손해 보는 장사라는 점입니다. 제공되는 쾌감의 양에 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또한 제공되는 쾌감에 비해서 그것을 그치려 할 때 느껴지는 고통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것을 깨닫고 행하는 힘든 금연의 과정을 어린 세대가 볼 때 무의식적으로 흡연이 주는 쾌감이 굉장할 것이다라는 착각이 생길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담배 속의 니꼬친은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더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신문기사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니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잘 뜯어서 정확히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담배 속의 니꼬친이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더한 엄청난 쾌감을 준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담배의 니꼬친 흡연으로 추가 분비되는 도파민은 제가 느끼기에 맛있는 스낵 한봉지를 먹었을 때 정도의 만족감이지만 그것을 먹다가 못 먹게 되었을 때의 고통은 엄청나다라는 식으로 정확히 인식을 해야 합니다. 

스낵과 담배의 차이는 스낵은 하루 한 두봉 먹으면 물려서 며칠동안 먹기 싫어지지만 담배는 피면 필 수록 개비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겠죠. 담배는 사채업자와도 같은 것 같습니다. 쾌감은 10원 만큼 주지만 나중에 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흡연자의 전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벗어나는 길은 그 청구가 도래하기 전에 파산신청 = 금연 을 하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추가) 그런데 이렇게 신나게 써놓고 제가 금연 실패를 하면 어쩌죠? 이제 36일차인데.. ^___^;
추가2) 흡연의 쾌감을 과자한봉지라고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실 흡연자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 겨울 강원도 군부대에서 새벽 3시부터 새벽5시까지 근무(외곽보초)를 서고 중대로 돌아와서 피는 담배 한 개피의 맛을 고작 과자한봉지로 폄하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느낌이 백퍼센트 담배로 인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 대한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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