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수요일 밤 9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
밤 9시. 몹시 추운 밤인데, 갑자기 집안 전기가 나갔다. 두꺼비집 스위치를 다시 올려도 소용이 없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당직 서시는 분이 집으로 방문하셨다. 30분간 고생한 끝에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으셨다. 아마 바쁘게 오시느라 그런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집에 KF94 마스크가 많은데, 하나 드리면서 쓰시라고 권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20201년 1월 21일 목요일, 어머님을 모시고 강동 공안과에 다녀오다
어머님은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으신다. 원래는 지난 12월 21일이 병원 예약일이었는데 당시 코로나 19 확진자가 폭증할 때라 1달 연기했고 오늘이 그 진료일이다. 백내장 관련 검사를 받으시는 거라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병원 복도는 한산한 편이었는데, 검사실 안에는 병원 의료진도 많았고 검사를 받는 사람도 많았다. 집에서 병원이 먼 편이라 집에 오니 조금 피곤했다.
2021년 1월 24일 월요일, 고열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방에서 자가 격리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몸이 아주 약간 나른하고 피곤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해서 오전 10시경 체온을 재니 36.1도. "그럼 그렇지". 안심을 하고 일을 보는데, 어라?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오전 11시경 체온을 다시 재니 36.5도. 10분 후 다시 재니 36.8도가 나온다. 급기야 정오가 살짝 넘었을 때는 37.2도가 나왔다. 10년에 1번 감기에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 나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 구강 체온은 37.2도까지는 정상 체온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제발! 제발! 체온이 그 이상만 나오지 말길!'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체온을 재니 38.0도가 나왔다.
"혹시 코로나...?"
우리 집에서 제일 비싼 유한킴벌리 KF94 마스크를 착용한 후 바로 동네 보건소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1층에서 어머님과 할머님을 만났다. 아마도 어머님이 할머님 걷기 운동시켜드리고 오시는 길 같다.
"너 어디 가니?"
"엄마.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 열이 좀 나서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 좀 받고 올게요."
"뭐?"
동네 보건소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보건소 건물 앞에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가 있다. 작은 컨테이너 가건물이 2개 붙어 있는데 먼저 왼쪽에 있는 가건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열이 38도 정도 나와서요"
내 체온을 측정한 여성 의료진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한 후 오른쪽 가건물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해줬다. 오른쪽 가건물은 말 그대로 음압실인 것 같다. KF94 마스크를 내리니 완전 무장한 덩치 큰 남성 의료진이 긴 면봉 같은 걸 내 입과 코로 집어넣었다. 입으로 들어온 건 참을 만했는데, 나중에 코로 들어온 것 꽤 괴로웠다. '억억'대기 일보직전에 면봉을 빼며 검사가 끝났다. 손바닥만 한 안내문을 한 장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사 결과는 1~2일 안에 핸드폰 문자로 발송해준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님께 상황을 보고하고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저는 제 방에서 나가지 않을 테니 어머니도 들어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저녁식사는 간단하게 차려서 내 방문 앞에 두고 가시면 제가 방으로 들고 가서 따로 먹겠다 말씀드렸다. 방 안에서도 계속 KF94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베란다 문도 계속 열어놨다.
저녁은 생각이 없어서 어머님께 찬 우유에 설탕을 좀 섞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제 체온은 39도까지 올라갔다. 우유가 차고 무엇보다 참 달아서 맛있었다. 몸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는 베란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지역은 밤에 악취가 나서 도저히 문을 연 채로 잠들 수가 없다. KF94 마스크를 쓴 채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자꾸 내렸다. 내게서 뿜어져 나온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허공에 둥둥 떠돌다 온 방에 꽉 차고 결국엔 문틈으로 빠져나가서 어머님이나 할머님에게 옮기면 어쩌지.
'그때 왜 그 아저씨는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아서... 아... 그래도 밤 늦게 와서 도와준 고마운 분인데 어쩔 수 없지'
'만약 안과에서 걸린 건 아니겠지... 어머님은 지금 멀쩡하시잖아?'
'먄약 내가 확진이면 어머님과 할머님도 검사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져 격리될 텐데, 할머니는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실 텐데... 큰일이네... 아...'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2021년 1월 25일 화요일, 오전에 문자가 오다
[Web발신]
(**시 보건소) 귀하의 코로나 19
검사결과는 [음성] 입니다.
앞으로도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월 24일 오후 3시경 동네 보건소에 도착했다.
저 앞에 입식 현수막 왼편에 살짝 보이는 곳이 코로나 19 임시 선별 검사소다.
코로나 19 검사 후 주의사항 안내문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몸살기가 돌아서 일단 매트리스 깔고 누웠다.
어머님이 타 주신 설탕 우유. 정말 달았다.
방에서 나가질 않으니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타이레놀을 2알씩 2번 총 4알을 먹었지만 밤에는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25일 아침에 위 사진에 나온 문자를 봤을 땐 짧은 순간 짜릿하게 기뻤다. 비로소 내 방에서 방문 열고 나갈 수 있었고 집안에서 마스크를 내릴 수 있었다. 문자를 본 후부터 빠르게 체온이 떨어지더니 점심 때는 36.1도로 돌아왔다.
혹시 코로나 19에 걸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 가장 걱정이 됐던 건 어머님과 할머님이었다. 나는 비교적 젊고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큰 문제는 아닌데, 어머님도 연세가 많으시고 할머님은 98세시다. 할머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머님이 옆에서 돌봐야 생활이 가능하신데, 치료를 위해서 두 분이 따로따로 격리될 경우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대처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임시 선별검사소를 통해서 무료로 검진을 해주고 24시간 안에 문자로 결과를 바로 통보하는 시스템은 참 잘 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조금 더 신경 쓰고 더욱 더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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