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카드에 65만 원 정도 충전되어 있는데 이걸 연말까지 다 써야 한다. 원래 소비 계획은 오래돼서 뒤틀리기 시작한 하부 수납장과 그 위에 놓인 낡디 낡은 가스레인지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돈이 좀 남으면 거실 LED 등을 교체할 예정이었고.... 그런데 문득 몇 개월 전에 어머님이 말씀하신 게 불현듯 떠올랐다.
"얘야, 우리 아파트에 우리 집만 열쇠로 열고 딴 집은 다 자동 도어록인가 달렸더라...."
스치듯 한 마디 하신 건데 왠지 어머님 말씀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게 느껴졌다. 실제로 1층부터 꼭대기까지 계단으로 오르며 확인을 해 보니, 과연 우리 집 말고 딴 집은 모두 도어락이 달려 있더라. 아무래도 어머님은 '우리 집만...'이라는 생각에 남들의 시선이 그동안 조금 불편하셨나 보다.
나는 솔직한 말로 건전지가 들어가는 도어락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전기 쇼트를 주면 도어락이 풀린다는 기사도 본 것 같고 추가로 건전지 값이 소비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 옛날 아날로그 방식인 열쇠와 자물쇠 방식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문제에 남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과 내 방식일 뿐이고 가족이 관계된 어떠한 안건에 대해서 그러한 '나의 것'이 합리적이다는 이유로 그걸 가족에게 설득하고 그대로 관철시키는 건, 결국 '합리'라는 걸로 속이 꽉 찬 어리석은 짓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가끔은 그 '합리'라는 걸 버리고 가족이 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더 원만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그게 내 최근 지론이다.
어차피 지역화폐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가격이나 사양 등을 조사하지 않고, 그냥 어머님과 함께 동네 열쇠집을 방문했다. 결국 구매한 것이 밀레 도어락 MI-6200이라는 모델인데 설치비까지 23만 원 지불했다. 설치하면서 보강판이 필요해서 1만 원을 현찰로 지불했으니 총 24만 원을 쓴 셈이다. 나중에 동일한 모델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설치까지 17~18만 원이면 가능했다. 결국 동네 열쇠집 보다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설치하는 게 6~7만 원 저렴한 셈이다. 나의 경우 서울에서 먼 지방이라 출장비가 몇 만 원 더 붙은 거라 그 금액이지 만약 서울이나 그 인근에 산다면 더 저렴하게 구매와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어차피 지역화폐를 써야 하는 거라 인터넷 구매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뭐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23만 원을 동네 열쇠집에서 결제하고 1시간 정도 후에 동네 열쇠집 사장님이 오셔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설치도 깔끔하게 잘 해 주셨다. 막상 달고 보니 모양도 멋있고 튼튼해 보이고 사용도 꽤 편할 것 같다. 아래에 간단히 설치기를 사진으로 몇 장 남긴다. 이번에 설치한 밀레 도어락 MI-6200 모델에 관한 조금 더 자세한 리뷰나 사용법 등은 따로 시간을 내서 포스팅할 예정이다.
밀레 도어락 MI-6200 설치 기록
도어락 설치 전의 현관 모습.
현관 안쪽 모습.
저기 '잠김'이라고 쓴 것에 대한 사연을 좀 얘기하자면 외할머니가 강박증이 좀 있으신데 밤에 자주 깨셔서 저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시곤 한다. 근데 그걸 확인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잠긴 문을 풀으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문이 열리게 되고 그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면서 나는 잠에서 깨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풀렸다면 그걸 다시 잠그시면 되는데 그걸 잘 못하신다는 거다. 엉뚱하게 위에 있는 보조키를 다시 열거나 하는 방식으로 한동안 헤매시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른쪽으로 돌리는 게 잠기는 거에요"라고 몇 차례 말씀을 드렸지만 매번 그걸 다시 잊으셨다. 그래서 저걸 써 붙여 놓은 거다. 물론 그래도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매장에서 23만 원 결제하고....
설치한 밀레 MI-6200 도어락.
현관문 안쪽에서 본 밀레 도어락 MI-6200.
동네 열쇠집 사장님이 꼭 필요한 기능은 잘 설명을 해 주셨는데, 워낙 도어락 기능이 많다 보니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저 사용설명서도 꼼꼼히 읽어 봐야겠다.
이런 비상 열쇠가 2개 제공되고....
탁 대면 탁 하고 열리는 도어락 카드도 2장 제공된다.
도어락 설치를 마치고, 외할머니에게 "이거 자동으로 안에서 잠기는 거니까 문 잠겼나 확인하시려고 손잡이 돌리면 이거 그냥 열려요. 근데 이게 안 잠긴 게 아니고 이게 자동으로 잠기는 거니까... 그런 거니까....." 이렇게 아무리 설명해도 97세의 외할머님은 도어락이 자동으로 잠기는 것을 결국 이해하지 못 하셨다.
귀도 거의 안 들리신지 오래라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여하튼 결국 손짓 발짓으로 밤에 주무시다가 깨셔서 이거 손잡이 만지시면 안 돼요. 절대 만지지 마세요로 설명을 마쳤다. 외할머니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셨는데 아마도 '뭐가 이렇게 복잡해'라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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