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일기 - 크라센의 읽기 혁명 ~92p - 조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자면
책을 92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느낀 점은 약간의 실망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근거로 다수의 연구결과를 짧게 언급하며 죽 늘어놓는 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A는 B다,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가 a,b,c,d,e...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고로 A는 B다'.
보통 이런 식의 글쓰기는 가벼운 자기계발서에 많이 볼 수 있는 것인데, 나름 언어학자로 명망이 있다고 소개된 저자의 책에서 이런 걸 보게 되니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어쩌면 노년의 백인 남성 대학교수라는 것만 보고도 우리는 사실보다 더 큰 전문성을 그들에게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선호하지 않는 글 전개를 했다고 해서, 그 저자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항상 참은 아닐 것이다.
내가 불만이었던 부분을 조금 쉽게 예를 들면, 만약 저자가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치매를 유발합니다'라는 주장을 한 후 '알코올을 주 3회 이상 30년 넘게 음주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평균 20% 높게 나왔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글 전개를 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에 추가로 '알코올은 우리 뇌의 해마라는 것에 어떠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추후 어떠어떠한 결과로 이어져 치매를 유발하게 된다'라는 더욱 과학적인 근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발적 읽기가 전통적인 언어교육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을 하고, 그 근거로 자발적 읽기를 한 그룹과 전통적인 언어교육을 받은 그룹 간의 성적을 비교해 보니 대체로 자발적 읽기를 한 학생들의 언어시험 점수가 같거나 다소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또 유사한 다른 방법으로 조사를 해보니 이러이러했다... 는 식의 지겨운 반복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발적 읽기가 우리 뇌의 어떤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전통적인 지도법에 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지에 대한 것들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성적이 좋아지는 책 읽기 방법'이라는 제목의 장을 보자. 책 56~58페이지의 이 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독서량이 많은 대학생이 문학과 역사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 자율적으로 성경을 읽은 이들이, 형식적으로 성경을 접한 이들보다 성경 관련 지식이 더 많았다.
- 훌륭한 사색가와 창의적인 학생들은 연간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은 쓰기에 대한 불안감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 따라서 읽기는 인지발달을 촉진하고 쓰기 불안감을 해소한다.
이게 다다. 어디에도 성적이 좋아지는 구체적인 책 읽기 방법에 대한 서술은 없다. 단지 저자가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한 '즐겁게 자발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라, 그게 장땡이다'라는 것만 되풀이할 뿐이다. 한치도 발전된 논리나 과학적 근거가 없다. 92페이지까지 읽었지만, 넘긴 책 페이지 분량에 비해 건질만 한 알맹이는 몇 개 없다. 그나마 내가 조금 인상적으로 본 내용은 아래 사진과 같다.
부유한 비버리힐즈의 집에는 아이들의 책이 평균 200여권 있는 반면, 가계 소극이 적은 와츠 지역의 아이들의 집에는 평균 0.4권의 아이들 책이 있었다고 한다. 오늘 독서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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