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환타에 대한 기억

manwon 2023. 2. 6. 23:58
반응형

며칠 전 갑자기 환타(fanta)가 마시고 싶었다. 몇 달에 한 번 정도 탄산음료가 당길 때가 있긴 한데 이번처럼 콕 찍어서 '환타가 먹고 싶다'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편의점에서 환타를 샀는데 새벽 2시 정도 됐을 땐가. 

유리잔에 따라 한 모금 마시니 과연 이 맛이다 싶다. 연이어 벌컥벌컥. 금세 페트병을 비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타를 마시기 시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훨씬 전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슈퍼마켓도 생기기 전이다. 뭐 간단하게 계란이나 먹을거리 같을 걸 사려면 집 근처 구멍가게를 이용했을 시절이다. 

처음 환타를 마시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경험을 했던 나는 그 후로 틈만 나면 환타를 마시려고 엄마를 졸랐다. 그날도 엄마에게 동전 몇 개를 받은 나는 집에서 불과 10미터 거리에 있던 구멍가게로 향했다. 아주 더웠던 여름날로 기억한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었고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 어찌나 환타를 마시고 싶었던지 나는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까지 하게 된다. 

평소라면 집에 와서 병따개로 뚜껑을 딴 후 컵에 따라 환타를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다시 구멍가게로 발걸음을 돌렸고 가게 주인에게 병따개로 이걸 따달라고 요구했다.

고개를 젖혀 환타 유리병을 입에 대고 벌컥벌컥 마시며 집까지 걸었다. 혼자 다 마시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1초라도 빨리 마시고 싶었던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