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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 오진 그리고 4개월간의 개.고.생.

manwon 2012. 9. 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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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아프다고 말했잖아여...


정말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최근에 새로운 직장에 나름 적응하느라 블로그에 일기 쓰는 것 말고는 손도 못 대고 있었네요. 

최근에 치과 치료 관련하여 고생한 일이 있어서 기록해봅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치아관리하는 도구들입니다. 

위에서부터 치간칫솔, 치실, 칫솔, 잇몸전용 치약 잇치, 잇몸약 이가탄까지 잇몸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젊은 나이(?)입니다만 치과에서 잇몸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들은 지난 5월경부터 이렇게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경부터 왼쪽 윗 어금니쪽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통증이 차츰 심해지더니 급기야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오 주여'를 외치며 눈물을 질질 흘리다가 날이 밝는대로 동네에 치과를 찾아간게 지난 5월경이었습니다. 이 동네 치과는 그 전에도 이미 제 충치 몇 개를 잘 치료했었던 치과였습니다. 

"의사선생님... 이빨이 아파서 밤에 한잠도 못 잤습니다.."
"이것 잇몸이 안 좋아서 그런거에요"
"잇몸이요??"
"예.. 평소에 잇몸에서 피 잘 나지요?"
"아뇨.. 아주 가끔 난 기억 밖에 없는데요."

충치치료를 예상하고 갔건만 치과선생님은 충치가 아니고 잇몸질환 즉 풍치증상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저는 통증이 예전의 충치처럼 극심한 통증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잇몸질환도 잇몸뼈가 녹는 것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게 아플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풍치면 치료를 어떻게해야 하나요?"
"딱히 완치되는 치료법은 없구... 일단 스케일링 오늘 하시고 6개월 있다가 다시 오세요"
"이가 이렇게 아픈데 어떡하지요??"
"가시면서 이가탄 5일치 처방 받으시고요. 네 다음 환자.."

잇몸질환이 충치보다 훨씬 위험한 질환이고 뾰족한 치료법도 없는 것 같고 일단 스케일링으로 치석제거를 한 후에 6개월 후에 다시 오라고 하는데, 마땅한 솔루션도 제시하지 않고 "네 다음 환자.." 이러니 답답한 마음만 커갔습니다. 당장 그 날 밤 또 치통이 시작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남아 있었고요. 

그런데 우연찮게도 이가탄을 복용한 날 통증이 찾아왔지만 전날 보다는 미약했고 5일치를 다 복용할 때 쯤에는 치통이 많이 약해져서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왼쪽 어금니 쪽이 불편해서 음식물을 오른쪽으로만 씹어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꽤 참기 힘든 치통도 다시 종종 찾아왔고 그럴 때마다 이가탄을 한 두알 더 먹는 것으로 대처를 했습니다. (멍청히도)

하여튼 6개월 후인 올 해 11월까지는 치아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위의 사진처럼 치간칫솔, 치실, 잇몸전용치약, 이가탄... 이렇게 4종 세트를 사용해가며 하는데까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이렇게 아플정도로 잇몸이 안 좋은 경우 그 치료 방법이 거액이 소요되고 치료 방법 또한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 밤. 또 다시 거대한 치통이 밤 10시부터 시작되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충치는 분명히 아니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으니 이 통증은 내 잇몸뼈가 녹아내리고 있어서겠지.. '오 주여..'를 속으로 되내이며 양쪽 눈에서 눈물이 질질 나올 정도로 통증을 참아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얼음을 물면 통증이 잠시 완화가 되더군요. 그래서 얼음을 하나 물고 잠시 10분간 잠들었다가 통증에 다시 깨고, 또 입에 얼음 하나 집어넣고 잠시 졸다가 또 깨고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무한반복을 했습니다. 출근을 해야했기에 샤워를 하고 직장에 도착했지만 오전 내내 통증이 계속되더군요. 요새 실적도 잘 나오지 않고, 사무실 일도 잘 풀리지 않고, 이빨인지 잇몸인지 하여튼 무지하게 아프고, 잠을 못 자서 비몽사몽이고 ... 하여튼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군대 제대 후 잘 쓰지 않던 정신력 발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고객과 상담하는 동안에도 정신이 혼미해져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습니다. 정신력 발동 카드 밑천도 다 떨어져서 직장에다가 GG를 치고 오후에 치과로 향했습니다. 원래 다니던 치과를 가려했으나, 왠지 잇몸질환이 이렇게 충치와 똑같은 극악의 통증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인터넷으로 대한치주학회 홈페이지에서 회원사 치과를 검색해서 직장 근처의 한 치과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잇몸질환일 경우 치주학회에 등록된 치과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철로 2정거장을 이동하는데 그 날 점심도 못 먹었고, 아 여러모로 스트레스에 치통이 끈덕지게 따라붙어서 정말 주저 앉아 울고 싶은 것을 참으며 치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습니다.

치과에 도착해서 입 속이 너무 아프니 진통제부터 좀 놔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대낮임에도 극심했습니다.

"선생님 이래저래해서 예전 동네치과에서 잇몸질환으로 인한 통증으로...."
"어.. 아닌데.. 잇몸질환으로는 그렇게까지 통증이 심하지는 않을텐데요... 그리고 잇몸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나쁜 정도도 아니에요.."

x-ray를 찍어봤더니... 통증의 진원지였던 왼쪽 어금니 부위가 시커멓게 썩어있더군요. 눈으로는 안 보였던 부위가 썩어서 동네치과에서 육안으로만 보고 잇몸질환으로 진단을 내렸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때 제가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는 말을 치과의사분이 흘려듣지 않고 x-ray를 한방만 찍었다면 간단한 충치치료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고, 제가 지난 4개월 동안 치통으로 개고생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복잡하고 거액이 깨지는 잇몸질환이 아니고 충치 신경치료 후 씌우는 작업으로 종료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순간 욱하는 마음에 동네치과에 가서 한마디 따지고 싶었던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이고 그 당시에는 x-ray를 찍어도 잘 진단이 안 되었을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빠각빠각' '윽윽' 

마취를 했음에도 짧지만 강렬한 통증이 지나며 단시간에 신경치료 1차가 끝났습니다. 그 시점부터 지난 4개월간 거머리처럼 붙어있던 통증의 느낌이 하늘나라로 증발되듯이 사라지더군요.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고 햇살이 찬란하고 따듯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분간 치료를 계속 받아야합니다. 아마 신경치료 몇 차레 더 하고 크라운으로 씌우게 될 것 같구요. 집에 와서 전날 못잔 잠을 치통없이 푹..... 자는데 하루 사이에 이렇게 고통에서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감사하게 되더군요.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도 지금까지 병원을 다니면 한 곳만 다니는 편이었습니다. '뭐 똑같은 병원인데 큰 차이가 있겠냐...', '알아보기 귀찮은데.. 그냥 동네 가까운 곳 아무데나 가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희 어머님이 어깨 회전근개파열이 의심되어서 어깨 전문 병원 중 한 곳을 갔더니 당일 MRI까지 찍고 바로 수술 예약을 잡더군요. 어깨뼈 일부를 잘라낸 후 근육을 꼬매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알아보니 수술 후에도 일년 정도 아주 아픈 것을 참아내며 재활까지 받아야 된다고 하더군요. 

어머님이 걱정하는게 눈에 보이기도 해서, 국내에서 어깨 쪽으로 알아준다는 교수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한번 더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곳에서는 수술 전에 몇 가지 스트레칭 운동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며 몇 가지 동작을 알려주더군요. 결과는 그 스트레칭 훈련만으로 저희 어머님 어깨 증상이 90퍼센트 이상 호전이 되었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는 수술이 필요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아마 처음 어깨전문병원의 말만 믿고 수술을 했으면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 어머님이 많은 고통을 이겨내며 재활훈련을 하고 있어야겠지요. 현재 저희 어머님은 스트레칭으로 많이 좋아져서 수술 없이도 일상생활과 가벼운 운동 전혀 무리 없이 하고 계십니다. 

정말 간단한 치료가 아닌 이상에는 병원을 한 곳만 무작정 믿고 따라가는 것보다는 인터넷이든, 책자든 주변분에게의 문의든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최적의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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