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잡담 사진 일기

manwon 2011. 1. 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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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2일

집이 이 곳으로 이사를 온 후로 서울 어디서 누굴 만난다고 하면 기본 2시간 이동거리를 예상해야 한다.
불편한 것은 괜찮지만 가끔 곤혹스러운 것은 술자리에서 전철이 끊긴 후에 집으로 와야 할 때다.

22일 토요일 저녁.
B와 1차에서 막창에 소주를 마셨다.
K는 몸살이 난 듯 해서 못 왔고, L은 언제나 그렇듯 바쁘다고 했다.
H는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부터 조금 달리려는데 B가 제동을 건다.
" 야 좀 천천히 좀 마셔라.."

자리를 옮겨서 치킨과 소주를 좀 더 마시고 헤어졌다.

전철 막차를 놓쳤다.
날씨가 추웠다.
주머니엔 천원짜리 몇 장 정도 있는 것 같다.


전철역 출입구 쪽에서 술에 취한 채 이도저도 못 하고 있었다.
노숙자로 보이는 한 분이 빈 페인트 통에 불을 피워 놓았다.

태우는 재료가 나무 같은 것이 아니고 길 위에 버려진 종이, 신문 폐지 같은 것이었기에 불이 확 피었다가 이내 사그러 들었다.
그 분은 뭐라 뭐라 혼자서 계속 말을 하는데, 뭐라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매우 공손한 말투였다는 것.

불이 피었다 금새 사그러들었고 그 때 마다 옆에 흐트러진 종이들을 집어 넣었기에 몸은 추웠다 괜찮았다를 계속 반복했다.
전철 시간까지는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기에 계속 이 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천원짜리 몇 장을 드리고 근처 피시방으로 갔다.

"흡연실로 드릴까요?"
"아뇨"

안락의자에 몸을 기대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화면에 요금 4000원이 찍혀있었다.
첫 차 시간이 얼추 된 것 같아 전철역으로 향했다.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했다.
지갑을 보니 남은 지폐가 없다.
외투와 바지를 뒤져봐도 동전도 없다.
일분 정도 당황하며 외투 속 주머니까지 뒤진 다음에야 동전 몇 개를 발견했다.

카드를 괜히 죽였나..
다음에는 현금을 좀 넉넉히 가지고 나와야 하나.. 그러면 카드를 끊은 의미가 없어지는데...
어쩌지...
정도 생각하다가 따뜻한 전철의자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 오늘까지 왠지 모르게 만사가 귀찮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또 병이 도진듯.



2011년 2월 5일

어제 2월 4일.
휴일이지만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휴관이라 무작정 전철을 탔다.

소요산역에 내렸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가끔 진눈깨비도 날렸지만 등산객들이 꽤 많았다.
길을 건너 편의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와 담배를 한 대 태웠다.

등산 안내도를 대충 훑어보고 자재암을 경유해서 하백운대 중백운대로 향하는 코스로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길.
중간쯤 올랐을까, 신고 있는 운동화가 유독 미끄럽기에 더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와야 했다.
올라간만큼 내려와야 할텐데 내리막길이 무릎에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동네로 돌아와서 바로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서점에 들렸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쓴 '부자들의 음모'라는 책을 훑어보고 구매할까 하다가 말았다.

kw를 불러서 소주나 한잔 할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연휴에 불러내는 것도 좀 그랬다. 


2010년 2월 8일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는데 1층에서부터 매케한 냄새가 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수록 냄새가 심해진다.
할머니가 그릇을 또 태우셨구나.
문을 여니 티비를 보고 계신다.
태운 냄비는 철수세미로 이미 깨끗이 닦아 놓으셨다.

3~4개월에 한번은 그러신다.
할머니는 식은 찌개를 상하지 말라고 가스불에 올려놓고는 티비를 보시다가 깜빡한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하셔도 듣질 않으신다.

어머니에게  재떨이 비우는 것을 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면 '알았다' 라고 말씀하신다.
며칠후 또 재떨이를 치우신다.
서너번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더 드렸고 '알았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또 치우신다.

그 전에 내가 비우면 되는데 나는 이틀에 한 번씩 비운다.
그것도 고집이다.


낮에는 어쩌다보니 점심을 걸렀다.
밖에를 걸어다니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젊어서는 한두끼 굶어도 배고픔이 고통이었지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몰랐다.
한 해가 갈수록 끼니를 굶으면 바로 티가 난다.
오늘 낮에는 그것이 좀 심했던지 가야할 곳의 절반 정도에서 그냥 돌아갈까 거리에서 뭣 좀 사먹을까 생각도 했다.

대개 생각은 옳다.
무엇이 실패했다면 생각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생각대로 행하지 못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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