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공단 건강검진 받다

manwon 2022. 4. 1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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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수요일. 흐리고 다소 쌀쌀.

오늘 공단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아침 8시 반에 병원에 도착한 후 바로 화장실로 갔다. 대장에 담겼던 용액을 마지막으로 쏟아냈는데 하마터면 중간에 큰 실수를 할 뻔한 셈이다. 원무과에서 간단히 접수를 한 후 채혈, 소변검사, X-RAY 촬영 등의 간단한 검사들을 비교적 빠르게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 내시경실로 들어갔다.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수면으로 동시에 받아야 했다. 솔직히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이 좀 됐다. 나는 수면 내시경을 받게 되면 마취약이 투여된 후 깊은 수면에 빠진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시경 관이 내 몸을 훑는 고통의 시간을 피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의사는 정확히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거는 잠재우는 약이 아닙니다. 환자가 받을 고통이 100이면 그걸 30으로 줄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시경 시술 중 고통이 심하게 느껴지면 손을 드셔야 합니다."

순간 당황했다. 나는 고통을 피해 깊은 잠으로 도망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한 줄 알았는데, 너무 아프면 손을 들어서 표현을 하라니 말이다. 이럴 때는 생각을 멈추는 게 낫다.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누웠다. 드디어 마취약이 몸으로 투입됐다. 이윽고 나의 항문으로 뭔가가 들어오는 느낌도 났고, 뭔가가 뱃속을 이리저리 휘젓는 느낌도 났다. 손을 들어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던 것 같다.

마취약이 몸에 들어오는가 싶으면 바로 깊은 잠에 빠지리라 생각했는데, 시술 과정들이 몸에서 느껴지다니 이거 참 큰일이다 생각이 들다가 의식을 잃은 것 같고 곧바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취 초반에만 의식이 있었고 깊은 잠에 빠졌다 깬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좀 알아보니, 그러한 과정에 대한 기억이 삭제된 거지, 수면 상태로 고통을 피해 갔던 건 아닌 것 같다. 이게 참 신기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지워지기 때문에 고통 없이 잠들었다 깬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게 말이다. 마치 만화 5억 년 버튼처럼 말이다.

다행히 대장에 용종이나 위장에 헬리코박터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2주 정도 안에 검사 결과는 우편으로 받게 된다. 집에 와서 점심으로 죽을 먹고 저녁에는 비비고 만두 1봉지를 쪄서 먹었다. 이틀 만에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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