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

그 날 - 정민경

manwon 2012. 5. 20. 09:59
반응형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사야


근데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 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멍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2007년도 5.18 백일장 대상을 수상한 당시 18세 경기여고 정민경 양의 시입니다.


출처: 광주일보 안현주 제공


읽는 순간부터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합니다.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시의 첫 구절은 친척 어른이 들려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6살 때까지 광주에 살고 이 후 서울로 이사를 왔지만, 나주에 할머니가 계셔서 그 분의 말투를 어릴 때 부터 들어왔다고 합니다. 

여기[링크]를 클릭하시면 당시 인터뷰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