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시간 때우기 外

manwon 2014. 10. 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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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0일 수요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전 10시. 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대략 5시간 정도를 밖에서 때워야 한다. 큰 이모와 이모부가 아들 손주를 데리고 외할머니를 뵈러 집으로 오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에게는 외증손자가 찾아 오는 셈이다. 추석 전 벌초를 시작으로 친척 어른 찾아 뵙는 일, 그리고 외할머니를 찾아오는 외갓집 친척들을 맞이하는 일까지 잘 처신을 했다. 바로 어제까지.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1시간을 달려온 산 밑의 작은 쉼터.



한 시간 가량 땡볕을 지나왔기 때문에 그늘이 반가웠다.

올 추석은 꽤 더운 편이다.




옆에는 할머니들이 고스톱을 치고 계신다.

처음 듣는 트로트 풍의 노래를 부르셨는데, 가사가 좀 특이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나에게 약 좀 주세요..."

검색을 해 보니 김용임이란 가수가 부른 "의사 선생님" 이란 곡.


 

산 밑 공원에서 다시 동네 근처 시가지로 돌아왔다.

아침도 거의 안 먹고 나왔고 점심 때도 꽤 지나서 배가 고팠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혼자 밥을 먹을 만한 곳은 김밥천국이나 편의점 밖에 없었다. 

속에 무슨 마법가루를 넣었는지 정크푸드지만 맛있었다.

베지밀은 또 왜 이렇게 달아.


 


아직 집에 들어가기는 이른 것 같아서 만화방에 왔다.

올드보이 1,2,3권을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자리에 앉았다.

담배를 끊기 전에는 만화책을 보면서 담배도 피고 출출하면 라면도 시켜 먹고 했던 게 즐거웠다.

그렇다고 찾아가는 편은 아니었고 오늘처럼 시간이 붕 뜨거나, 시간을 때워야 할 때 편하게 이용했던 것 같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나처럼 배회하는 사람이 꽤 많은가 보다. 

만화방에 평소와는 달리 사람이 꽤 많았고 나를 빼고 모두 흡연자였다. 

담배 끊은 지 3년 넘었다고 이제 담배 연기가 꽤 괴롭다. 

쉬지 않고 들리는 '딱...' '딱...' 라이터 소리 좀 듣다가 중간에 나왔다.



 


아직 집에 들어가기는 이른 것 같아서 길거리 벤치에 좀 앉았다.

조금 떨어진 벤치에 노숙자로 보이는 노파가 앉았는데, 머리를 감지 못해서 기름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고 모양을 냈는데, 마치 올림픽 오륜기가 정수리에 달린 듯 했다.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지난 밤 꿈에서 또 처음 듣는 곡을 들었다. 나의 무의식이 작곡을 한 것이다. 

몇 년 전 짐노페디 1번이 꿈 속에서 생생히 들리기 전까지 꿈에서는 소리 자체가 잘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꿈에서 꽤 멋진 교향곡이 생생히 들렸는데, 처음 듣는 곡이었다. 평상시에는 작곡이란 것을 하지 못 하는데, 꿈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쉽고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졌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지난 밤 꿈에 또 그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꿈에서 어떠한 큰 공원 같은 곳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고 있는지 젊은 남자 가수 십여 명이 클래식한 발라드를 부르는데, 이번 꿈에서는 내가 아예 프로듀서 역할을 맡고 있었다. 꿈에서 깨고도 잠시 동안 곡이 기억이 났는데 지금은 모두 잊혀졌다. 내 무의식이 만든 곡이라 그런지 꽤 좋은 곡이었다. 화음 화성 코드 등을 전혀 모르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화음 화성으로 만들어진 곡을 만들었을까. 비록 꿈이지만 말이다. 

의외인 것은 예전에 음악을 즐겨 들었을 때는 이런 현상이 전혀 없었다. 언제부터 음악이란 것이 점점 시끄럽고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꿈 속의 작곡은 모두 그 이후에 생긴 일들이다. 어떻게 꿈 속에서 평상시 없던 작곡 능력이 생기는가 하는 의문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아무래도 무의식이란 것은 본능적으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를 하는 것 같다. 어려서 악몽을 자주 꾸는 것은 꽤 행복한 것에 대한 반대 급부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삶이 고달파질수록 악몽을 꾸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꽤 뚜렷이 기억을 하는데, 현실에서의 삶이 정말 힘들게 느껴졌을 때부터 꿈에서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마라톤을 하면서 러너스 하이를 꿈에서 느낀 것이 그 시작이었고 그 후로 하늘을 날라 다닌다든가...

앞으로 꿈에서 또 어떠한 즐거움이 발생할지, 어떠한 명곡이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실로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고 싶다. 악몽에서 진땀을 흘리다 깨어서 '꿈이라 다행이다' 라고 뱉으며 내 주위의 행복하고 안전한 현실로 돌아온 것에 안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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