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그냥 잡소리

manwon 2014. 9. 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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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4일 목요일 ~ 다음날 새벽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 일도 그렇고 몸과 영혼이 시달린 상태다. 날씨는 청명했다. 평소 같으면 마음이 들떠서 자전거라도 끌고 나갈 텐데 말이다.


어머님은 요리책을 보시고 처음으로 까르보나라를 만드셨다. 스파게티 면발에 생크림, 달걀 노른자, 베이컨, 브로콜리, 올리브유가 들어갔다. 맛은 좋은데 느끼했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점심, 간식, 저녁까지 먹었다. 평소 같으면 운동이라도 할 겸 밖으로 나갈 텐데 말이다. 


지난 월요일 새벽 먼 거리를 걸었고 어제까지 무릎이 아팠다. 지금은 좀 좋아졌는지.


저녁 7시, 방에 이불을 대강 펼치고 누웠다. 내일 성형 수술을 받을 J에게 잘 다녀오라고 메세지를 남겼다. 잠시 후 다시 '카톡' 소리가 울렸을 때, 검지로 버튼을 눌러 소리를 죽이고 핸드폰을 뒤집으며 바로 잠이 들었다.


새벽 1시,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열어서 J에게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D의 메세지도 하나가 있다. 


식탁을 보니 양파 원액 한 컵, 토마토 원액 한 컵, 볶은 땅콩 한 줌이 놓여 있다. 거실 쇼파에 앉아서 지난 밤 꿈에 나온 '김재일(가명)'이라는 군대 후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 친구는 나보다 한 달 후임이었다. 내가 말 군번이고 그가 초 군번이라 입대일은 일주일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략 173cm 78kg에 다부진 근육질 체형, 눈은 총기가 없이 밑으로 쳐져서 영리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머리가 굉장히 비상했다. 중대 선임들은 그와 나에게 거의 같은 분량의 암기 사항을 주며 갈구기 시작했는데, 내가 하나를 외울 때 그는 다섯 개 정도를 넘게 암기했다. 어디에 떨궈 놓아도 살아 남을 놈이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 꿈 1
군복을 입고 소총을 장전한 채로 대여섯 명의 일행과 걷는다. 적과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훈련소 화생방 교육장처럼 시멘트 벽으로 된 - 아마도 속인 빈 블록으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에 그들을 몰아 놓고 총으로 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병사의 얼굴을 보니 김재일을 닮았다.


# 꿈 2
사복을 입고 돌담길을 걸어간다. 평지 수준의 오르막길을 많은 젊은 남녀가 나와 같은 방향으로 무리 지어 가는 모습이 마치 수학 여행을 온 학생들이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갑자기 등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나는 떠밀리듯이 허공으로 조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깨와 머리를 뒤로 젖힐수록 솟아오르고 곧추 세우면 가라앉았다. 높낮이에 상관없이 앞으로는 시속 15km 이상의 속도로 계속 나아갔는데 꽤 재미가 좋았다. 족히 3 미터도 넘는 돌담의 안쪽도 내 왼쪽 어깨 너머로 보였는데, 보안을 위한 얇은 전선이 둘러쳐 있었고 백여 미터 전방에 조선총독부처럼 생긴 큰 박물관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보니 10여 미터 거리 허공에 내천(川) 모양의 거대한 흙먼지가 떠 있었다. 마치 수백 마리 수천 마리의 초록빛 모기떼가 허공에서 교미를 하는 듯 '웅웅' 소리가 났지만 다가가 살펴보니 흙먼지였다.


그 외에도 2~3개 정도의 꿈을 더 꾸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기록하지 않는다. 눈을 떴을 때는 4~5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평상시 꿈과는 다르게 개연성이 충분한 하나의 스토리였다. 오늘 기록한 꿈 1과 2도 연결이 되는 이야기인데 그 연결 고리가 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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