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29년 전 그 근처에서

manwon 2017. 4. 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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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7일 화요일 

 


오전 9시경 혜화역에서 내려서 서울대학병원으로 올라갔다. 예약한 진료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본관에서 다시 후문 쪽으로 내려와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에스프레소 2잔을 시키고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어머니는 무조건 수술은 안 하시겠다고 하셨고, 나는 CT 결과를 보고 의사가 중이염 수술을 권하면 하는 쪽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이염 수술은 아주 간단한 수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지만, 사실 나도 무언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에스프레소는 바디감이 없이 단지 썼다.


의사는 뭐가 그리 급한지 CT 화면을 설렁설렁 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수술하세요 한다. 오른쪽 귀는요 선생님 하고 물으니 그제야 아 오른쪽도 있었지 한다... 어머님이 수술을 무서워해서 그런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물으니 그럼 보청기 끼세요 한다. 처음에 수술을 권하셨는데, 수술하지 않고 보청기를 낄 경우 그에 따른 악영향은 없는지 물었다. 뭐 괜찮을 거에요 한다. 그럼 수술하지 않고 보청기로 지내다가 혹시라도 나빠질 수 있는 진행 상황을 알려면 결국 CT를 찍어야 할 텐데, 그럼 몇 년 후에 찍어야 하나요 물으니, 뭐 한 5년 후에 하세요 이런다. 이 짧은 다이알로그의 대가로 몇만 원이 쓰였다.


병원 내 보청기 센터로 가서 10여 분 대기한 후 상담을 시작했다. 강남콩만 한 플라스틱이 250만 원이다. 10만 원 예약금을 걸고 다음 방문일에 와서 셋팅하는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형과 내가 반반 부담할 예정인데,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이번 달 실적이 없으면 다음 달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 실적을 못 올리고 있다. 중이염 수술도 받지 않고 보청기도 끼지 않으면 청신경이 차차 사라져서 나중에는 사람 말을 인지하는 뇌 기능이 퇴화된다고 상담사가 말했다. 그나마 수술하지 않고 보청기로 보존적인 처치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29년 전 서울대학병원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사실 이 동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017년 4월 8일 토요일 

 


오후 5시경에 혜화역에서 B와 K를 만났다. 자주 만나고 싶은 친구들인데, 어쩌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게 되는 것 같다. B가 새로 시작한 일이 잘되었으면 좋겠고, K의 걱정도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번화가를 친구들과 걸으니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2017년 4월 29일 토요일 

 


어머님은 다행히 보청기에 적응을 잘하고 계신 것 같다. 나도 새로운 직장에서 잘 버티고 있다. 관두자는 생각을 열 번 넘게 한 것 같다. 이번 달 급여는 백만 원 정도를 받았다. 옴마니반메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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