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일기] 극장의 추억과 혼자 영화 보기

manwon 2017. 9. 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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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일 금요일

 


며칠 전, 사무실 근처 극장에서 VIP라는 영화를 보았다. 혼자 가는 게 조금 망설여졌다. 한 10년은 극장을 가지 않아서 표를 어떻게 구매하는지도 몰랐다. 대략 영화 5편은 볼 수 있을 정도의 카드 포인트가 있어서 조만간 한번 가야지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다녀왔다.


먼저 스마트폰에 cgv 앱을 깔고 포인트로 예매를 하니 모바일 티켓이라는 화면이 생성되었다. 이걸 극장 들어가기 전에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근처 KFC에서 치즈가 들어간 징거버거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모바일 티켓 화면을 매표소에서 보여주면서 종이 표를 받은 다음, 그걸 표 검사하는 양반에게 제출하고 들어가는 건지, 그냥 모바일 티켓 화면만 보이면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표 검사하는 사람한테 모바일 티켓 화면을 보여주니 통과가 되었다. 


평일치고 극장 로비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저무는 해가 색을 입힌 통유리를 통해 로비로 들어왔다. 짐노페디 1번에 어울리는 풍광이다. 그 통유리 근처로 가서 밖을 내다보고 싶었지만, 커피와 샌드위치 같은 거를 파는 매장의 테이블에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화는 그냥 그런대로 재밌게 봤다. 사실 영화 자체를 기대하고 온 거는 아니었다. 혼자 영화를 볼 때의 느낌이 궁금하기도 했던 것 같다. 예전보다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오는 사람이 훨씬 많아 보였다. 영화 보는 중에 뒷사람이 발로 내 의자를 자꾸 건드려서 말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앞으로 종종 극장에서 영화를 볼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지난 시절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던 기억들이 꽤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영화 줄거리는 잘 떠오르지 않는데, 그 영화를 누구와 봤는지에 대한 기억이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갈 기회는 앞으로 별로 없겠지만, 그냥 나와 함께 간다고 생각을 하고 나름 일기장에 기록을 남긴다면 그것도 꽤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중간에 회상하기 위한 점들을 하나 찍는 셈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온 가족이 대한극장에서 이연걸 주연의 소림사를 보고 근처 식당에서 철판 요리를 먹었는데, 하여튼 어린 마음에 그 철판 위에 음식을 보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철판 요리인 것 같다. 조금 더 커서 형과 함께 에일리언2를 아마도 피카디리 극장에서 본 것 같은데, 밖은 꽤 더웠는데 극장 안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황홀하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다. 근데 그 에어컨의 느낌이 킬링필드를 봤을 때의 기억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중학교 때는 같은 반 반장 녀석이랑 세운상가를 헤매다가 할 일 없어서 본 천녀유혼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극장을 자주 갔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선을 본 여자와 잠시 만날 때 장화홍련이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도 난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여자친구와는 극장에 두 번 정도 갔는데 희한하게 무슨 영화를 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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