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 잡학

독서일기 - 힘이 정의다

manwon 2016. 3. 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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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일기 - 힘이 정의다

 


'힘이 정의다'라는 책은 대략 1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다. 레그나 비어드는 필명이고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 내용으로 짐작하면 그는 앵글로 색슨족이고, 자신의 조상이 칼과 도끼와 망치로 약탈을 일삼은 바이킹이라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 거주 시민으로 생각된다. 


'힘이 정의다'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책의 절반 정도를 빠르게 훑는 방식으로 읽었다. 책 내용은 글쎄!


저자는 그 시대의 백인들 상당수가 그랬듯이, 백인우월주의자다. 우생학, 인종차별, 여성혐오까지 갖춘 자다. 얼핏 글을 읽으면 구약, 신약, 고전 문헌의 문구를 꽤 자유자재로 인용하는데, 왠지 박학다식한 자의 통찰력 있는 논리전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을수록 글에서 합리적인 근거는 사라지고, 주장과 선동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뒤에서 북이라도 둥둥 울려대지 않는다면, 현시대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글이다. 


미국 건국 무렵 금본위 통화제도가 허물어지고, 저자가 생각하기에 - 그 위대한 앵글로색슨족 전사의 후예들이 거대 자본가와 거짓 사상가, 정치가들이 꾸며낸 자유, 평등 같은 기만적인 사상에 물들어 양처럼 고분고분한 노예가 될 것을 예견하고 걱정한 것은 시대를 고려하면 꽤 대단하다. 왜냐면 2016년 현재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 단락의 마지막 문장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추측이다)


언변과 재력과 술수의 달인들을 상대로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수단으로 대항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사자와도 같은 멋진 수염을 휘날리는 이들에게는 특히나 어울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닥치고 힘'이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나도 공감을 한다. 하지만 저자의 그러한 사상은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를 그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시작부터 글러 먹은 것이다.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했다. 중간 중간에 인종차별적 발언이 거슬리는 것 이상으로 글의 다른 부분에서 뛰어난 내용을 찾지 못해서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1900년대의 것을 2010년대에 다시 우리말로 번역해서 출판할 만한 수준의 책이 아니다. 단지 '힘이 정의다'라는 멋진 제목에 이 정도 수준의 글이라면 책이 어느 정도는 팔릴 것이라는 심산으로 출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의 뒷부분에 장정일 씨가 쓴 서평도 훑어봤다.  장정일 씨는 나름 책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추려내어 잘 짜인 서평을 썼는데, 본인은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단지 내게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약자에 대해서 본능적인 경멸감을 느끼는 족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만약 몸이 불편한 사회적인 약자가 앞으로 지나갈 때, 그들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그 약자를 경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는데 단지 상대가 약자라는 이유로 경멸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제야 알았으니 나도 어지간히 멍청하고 순진한 놈인 것 같다. 


그렇게 약자에 대해서 본능과도 같은 경멸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책의 저자처럼 힘을 동경하고 추구하려는 욕망이 강할 것이다. 양처럼 순진하고 약한 나 같은 이들은 주위에 이런 못된 강자가 있나 없나 잘 살피고 목숨을 보전할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


힘이 정의다 - 레그나 레드비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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