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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75p까지 읽고 - 7번 읽기 공부법 보다는 이 책을 더 추천

manwon 2015. 10. 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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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75P까지 읽고 - '7번 읽기 공부법'보다는 이 책을 더 추천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든 생각은 "아니 뭐 이렇게 책 제목이 싱겁나...."였다. 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이, 저자의 모든 공력 8할 정도가 제목에 담겨 있다고 생각될 만큼 그 제목은 화끈하다. 그에 반해 이 책의 그것은 너무 싱겁고 단순했는데, 그 점이 오히려 나로 하여금 책을 펼쳐보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책의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 사실 깜짝 놀랐다. 내 머릿속 일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속독법, 포토메모리,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 등 시중에 알려진 학습법 등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속독법과 포토메모리는 사실 믿음이 가질 않았고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은 실제 학습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그것을 시도하면서 내 두뇌가 한번 읽은 내용을 다시 읽는 것을 지독히 싫어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한 실패의 연속과 그에 따른 실망으로, 조금 더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틈틈이 생각을 거듭했고 몇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 결론들의 일부가 이 책의 초반부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 나름대로 내가 내린 학습법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다시 읽기 등의 입력 위주의 반복 학습은 효과가 미약하다.

2. 입력보다는 출력이다. 

3. 어설픈 입력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출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4. 출력을 질문으로 재구성하라.

5. 책의 내용을 통째로 입력하지 말고 핵심 몇 가지를 잡아서 나만의 질문으로 재구성하고 그 핵심을 중심으로 나만의 새로운 책을 집필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라. 즉 A라는 책이 나를 통해서 B라는 책으로 거듭나는 셈.

6. 모든 학습마다 그에 맞는 본연의 활동이 있다. 이를테면 외국어 회화는 외국인과 직접 듣고 대화하기, 프로그래밍은 실제로 코딩을 하기 등등, 그 본연의 활동을 학습활동의 핵심으로 삼도록 노력해야 한다.

7. 배운 내용을 그대로 머리에 입력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로, 자신 생각으로 인코딩하라.

8.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 배운 것을 끊임없이 연결시켜라. 

9. 배운 내용 중 가장 쉬운 부분일지라도,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각주:1]


위의 것들과 유사하거나 같은 내용이 책의 초반부에 쏟아지듯이 적혀 있었기에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왜냐면 내가 나름대로 도출한 그 결론들은 기존의 학습법에서 일정 부분 따온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 혼자만의 추론이었고 어떠한 연구나 실험으로 검증된 것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불확실한 나만의 생각들이 인지심리학자가 집필한 책 속의 문장들로 내게 보이니, 그간의 추론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11인의 학자가 10년간 수행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책 본문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믿고 있는 다시 학습하기 방법, 그중에서도 다시 읽는 방법은 학습자에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고 한다. 게다가 학습을 종료한 후 단시간 안에 보는 시험의 경우는 여러 번 읽는 학습방법을 수행한 그룹의 시험결과가 그렇지 않은 그룹, 즉 반복 읽기 대신에 쪽지 시험 등의 인출훈련을 추가한 그룹에 비해서 시험 성적이 더 좋게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의 경우는 배운 내용 대부분을 잊어버리는데 후자의 경우는 시험을 봤을 때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많은 부분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여러 번 읽기 방법은 벼락치기 후 바로 내일 보는 시험에는 적합하지만, 그 기억 대부분이 시간이 갈수록 소실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학습한 내용을 다시 인출-예를 들면 쪽지시험이나 반추하는 훈련을 한 경우 바로 내일 보는 시험에서는 여러 번 읽는 벼락치기 학습보다 조금 낮은 성적이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보존된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인지심리학 두뇌들이 직접 집필한 책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연구, 조사한 것을 엮은 후, 거기에 자신의 주장을 덧붙이는 진행이 아니라, 본업이 이쪽인 전문가 2인과 작가 1인이 공동으로 3년간 집필한 책이라는 소리다... 



이 부분을 읽어봐도 그냥 대충 만든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의 '연구 결과가 객관적인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 보증하는 통제 조건을 적절히 갖추지 못한 연구도 있다.'라는 문장부터 그 아래 몇 문장을 봐도 이 책이 다른 책처럼 어설픈 연구결과 몇 개 이어붙이고 성급한 자기주장을 전개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솔직히 이 단락을 읽으면서 속이 시원했다.




일단 75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일단 굉장히 마음에 든다. 내가 가진 생각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허무맹랑한 자기계발 서적은 아닌 것이 확실하고 글도 쉽게 읽히면서 나름 재미있다.


최근 '7번 읽기 공부법'이라는 서적이 인기를 끌어서 서점에서 그 내용을 빠르게 훑어 보았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그 방법으로 원하는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니, 그 방법을 내 입장에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이미 7번 읽기 책의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과 유사한 방법을 그 책이 출간하기 훨씬 전에 시도했었지만, 적어도 내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7번 읽기 학습법의 경우 매회 읽을 때마다 방법과 관점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인출의 효과와 유사한 혹은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내가 그 책을 제대로 정독한 것도 아니어서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7번 읽기 학습법'보다는 지금 이 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추천하고 싶다.


고작 75페이지까지만 읽고 너무 주저리 주저리 말을 길게 쓴 것 같다. 다음 독서일기부터는 본 도서에 대해서 읽고, 핵심적인 부분 위주로 간결하게 쓸 예정이다.

 

  1. 배운 것 전체를 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열에 아홉은 놓치더라도 한 개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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