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는 전혀 별개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사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취미는 설계도 그리기였다. 아마 국민학교 입학 전이었을 것 같은데 그 당시 티브이에서 봤던 로봇이나 탱크, 자동차 혹은 고질라 같은 괴수 등을 연필로 그린 후 그 안에 몇 개의 전기 모터와 거기에 연결된 건전지 다발, 그리고 남은 내외부 공간에는 미사일이나 대포 등을 그리는 식이었다. 평범한 지능 수준이었지만 과학이란 것에 매우 깊이 심취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색약은 과학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깊이 좌절했다. 또한 그림에도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은 후 나와 그림 사이에는 전혀 교집합이란 게 없었다. 그리고 긴 방황이 시작됐다. 노선에서 이탈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생각해보니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