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다녀오다

manwon 2022. 4. 1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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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금요일. 화창한 봄 날씨.

두 달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택시에 부딪힌 일이 있었다.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널 때였다. 횡단보도 바로 전에 정차해 있던 택시가 갑자기 출발했다. 택시 앞 범퍼가 자전거의 뒷바퀴 옆을 추돌했고 나는 그 충격으로 넘어졌다. 톤 단위의 물체가 나를 추돌할 때 받게 되는 느낌은 꽤 불쾌하다. 엄청난 에너지는 둔탁한 진동이 되어 나의 뇌와 뼈 그리고 근육과 내장을 출렁이게 만든다. "가만히 보자.... 어디를 부숴버릴까?" 중얼거리는 듯하다. 

나의 170만 원짜리 자전거와 82KG짜리 육신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을 때 나를 친 택시기사와 또 그걸 보려고 몰려든 다른 택시기사들이 일제히 떠드는 소리를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차대 차네"
"차대 차야. 자전거에 탄 채 지났잖아? 자전거도 과실이야."
"쌍방이야 쌍방"

어이가 없었다. 좋게 해결하려는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누가 차대 차인 줄 모르나. 입에 바른 소리라도 "괜찮으시냐?" 정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를 친 택시기사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오로지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받을까, 어떡하면 자신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표현들 뿐이었다.

그 자리에서 112로 사고 접수를 진행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정도의 소리만 들렸어도 그냥 연락처만 서로 교환한 후 헤어졌을 텐데 말이다. 그날 밤부터 양쪽 손목과 오른쪽 발목,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이 생겼다. 처음에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자전거도 꼼꼼히 점검한 후 조금이라도 틀어진 곳은 싹 교체를 해서 나의 손실에 대한 최대치를 뽑아낼까 생각도 했다. 그렇게 그 괘씸함을 응징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한 손엔 맨솔래담을 다른 한 손엔 찜질팩을 들고 '적당한 용서'를 선택했다. 집에서 조용히 자가치료를 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다행히 통증이 사라졌다. 자전거는 뒷바퀴 휠과 브레이크 디스크가 휘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사고 후 며칠 후 펑크가 나서 속 튜브만 만원 주고 교체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오늘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다녀왔다. 나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결과적으로 택시기사에겐 벌금도 부과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건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종결 처리됐다. 보상을 원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도 필요 없다고 했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 택시기사가 다시는 횡단보도에서 딴짓을 하며 엑셀레이터를 밟을 일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금액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만 원이면 되겠습니다"

조사관이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게 바꿔줬다.  계좌를 받아 적은 택시 기사는 바로 입금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끝까지 몸은 괜찮으냐 미안하다 같은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교통조사계에서 나와서 밖의 풍경을 바라 보았다.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고 바람이 다소 분다. 이제 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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