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manwon 2022. 2. 1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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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지난주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발인은 지난 금요일이었고 일요일인 오늘은 삼우제를 지내는 날이다. 지난 새벽에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아침 일찍부터 이천에 있는 호국원으로 향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2시 반쯤 됐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졸음에 저항할 겨를도 없이 단잠에 빠졌다.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어머님이 저녁으로 물만두를 해 놓으셨다. 간장을 찍어 먹는데 만두 맛은 안 느껴지고 간장 맛만 느껴졌다.

글을 쓰는 지금은 밤 11시 42분이다. 낮잠을 잔 탓에 정신이 맑다. 그 맑은 것으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헝클어지고 얽힌 것들만 또렷이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되셨다. 아버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그 당시 어머님을 비롯한 형과 누나 그리고 내가 받은 충격과 슬픔은 대단히 컸다. 그렇기에 며느리와의 고부갈등에서 패한 후 우리 집으로 피신한 외할머니의 존재는 우리 가족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게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략 35년의 시간이 흘렀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셔도 어쩌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돌아가시니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다. 이게 참으로 생경한 느낌이었다. 자음과 모음 단위로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성은 무덤덤하게 서 있고, 거기서 한두 보 옆에 있는 감성이란 놈만 흐느껴 울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이만 줄이겠다. 당분간 본 카테고리에 외할머니와 관련된 얘기를 조금 더 적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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