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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빼고 영어 도전기 - 아동용 영어 원서 37권째 학습 후기

manwon 2016. 9. 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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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빼고 영어 도전기 - 아동용 영어 원서 37권째 학습 후기 - 2016년 8월 9일

 


[알림] 본 포스팅은 원서를 이용해서 영어를 정복하는 실험적인 과정을 기록합니다. 우리말 해설과 문법이 영어를 익히는 것에 결과적으로 방해가 된다는 개인적인 추측과 가설하에 본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유아용 원서부터 시작해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전문 서적 순으로 영어 원서를 읽어 나갈 예정입니다. 프로젝트 시작일 기준 본인의 영어 실력은 중학교 3학년 ~ 고등학교 1학년 정도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쉬운 문장 독해는 가능하나 실제 회화는 거의 한 문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하 진행은 평어체를 사용합니다.


8월 10일부터 시작한 것이...


9월 2일에 끝났다.


초등학교 수준의 얇은 영어 원서 5권을 보는데 20일. 계속 반성하자.

 

솔직히 올여름은 너무 더웠다. 더위에 주변 소음에 기타 등등 여러 가지로 무엇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루에 쓸 수 있는 의지력의 절댓값은 줄어들고, 똑같은 100의 일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의지력을 비효율적으로 탕진하게 되는 것 같다.


날씨와 주변 환경 핑계 외에도 영어 원서 읽기를 게을리한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저번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최근 보는 원서의 난이도가 조금 높아졌다. 그래서 처음 책을 보지 않고 cd에 담겨진 음성을 들을 때 어떨 때는 30%, 많이 들려도 60%만 들리는 수준인데, 이러한 점이 영어 원서 읽기를 자꾸 미루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 95일차까지 진행을 하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영어를 공부하면서 모르는 단어를 바로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옳지 않은 학습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영어를 공부할 때, 문장들을 독해하고 그 의미를 최대한 유추하고 문제를 풀고, 독해하면서 몰랐던 단어를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확인하고 그에 해당하는 예문을 암기하고, 해당 단어의 다른 의미가 있다면 그것의 뜻과 예문까지 암기하는 것을 영어공부의 올바른 방법으로 여겼던 것 같다. 즉 모르는 단어나 문장에 대해서 추측하고 상상하고 궁금해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몇 시간 혹은 길어봐야 하루 이틀 사이에 그 의미를 사전으로 해결해 버리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원어민처럼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존의 추측이 오늘까지 사전을 보지 않으면서 원서만으로 학습한 95일차에 점점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영어 원서를 보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사전을 찾지 않고 아마 이런 뜻이 아닐까 정도로만 파악한 채, 그냥 넘겨버린 단어들이 훨씬 더 기억 속에 잘 남겨져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tangled hair라는 단어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인지, 지저분한 머리카락인지, 엉켜버린 머리카락인지 모호하게 넘겨 버린 단어였고, seaweeds라는 단어는 아마도 해초일 것 같다고 그림을 보고 추측을 한 후 궁금해하며 그냥 넘겼던 단어인데, 왠지 모르게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즉 여기서 또 하나의 추측을 해 보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언어를 모국어처럼 익히게 된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모호함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마치 핵융합을 일으키듯 한순간에 언어를 깨우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 즉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매우 많은 시간을 영어라는 것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 대비 형편없는 영어 구사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문장을 익히면서 모르는 것을 바로 사전이나 우리말 지문으로 해결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모호함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무수히 쌓으면서 그것이 핵융합을 일으키는 임계점까지 가도록 해야 하는데, 모호함 그 자체를 쌓아두지 않으니 당연히 외국어에 대한 깨우침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


즉...

명확함 + 명확함 + 명확함 + ........     -> 영원히 영어 안 됨.

모호함 + 모호함 + 모호함 + ........ + 모호함  -> 어느 순간 마치 돈오돈수처럼 영어를 깨우치게 됨.


조금 더 헛소리를 하자면, 우리가 모호함으로 그냥 넘겨버린 그 단어를 우리 이성의 뒷편에 자리한 무의식이란 영역에서 계속해서 그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고(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 모호함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충분히 무의식이라는 영역에 넘겨져서 일정 밀도 이상이 되면 그 모호함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며 모든 의미가 통하고, 모든 모호함이 일순간에 해결되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꼭 필수적인 그런 뭐랄까 거시기가 아닐까 하는.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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